(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한도를 확대한 가운데 비은행부문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은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의 발행 한도를 1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하나은행 정관 제22조 3항에 따르면 기존엔 사채의 액면 총액이 2조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기존보다 발행 한도가 5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통상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로 발행된다.

이 중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의결권이 없는 지분으로 분류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다 후순위채와 달리 전액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후순위채의 경우 잔존기간이 5년 이내일 경우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20%씩 감소한다.

하나은행은 지주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1조2천480억원의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 규모로만 따지면 기존 발행 한도였던 2조원보다 여유는 있다.

그러나 향후 인수합병(M&A)이나 비은행 부문 투자 등을 감안했을 때 선제적으로 발행 한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발행 한도를 초과해서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을 발행하려면 일일이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늘려놓음으로써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2월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약 5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더케이손해보험에 대한 지분 70%도 약 77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에는 베트남 자산규모 1위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15%를 약 1조148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김예경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지주가 후발주자로서 적극적으로 외형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하나금융지주가 긴밀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시장 지위가 낮아질 여지가 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하나금융투자의 적극적인 사업 확대와 함께 신용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했을 때 발행 한도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의 발행 한도는 10조원으로 규정돼 있다.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20조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하면 자본금을 늘리면서 BIS 자기자본비율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며 "발행 한도를 늘려 운신의 폭을 넓힌 취지"라고 설명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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