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의 긴급 월물교체가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TF 투자자들은 24일 'KODEX WTI원유선물 피해자모임'을 구성하고, 집단 소송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유가 회복을 기대하고 마이너스를 참아왔는데 삼성자산운용이 마음대로 운용방식을 바꿔 손실이 커졌다", "언제부터 투자자 원금 손실을 생각해줬다고 유가 하락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월물 교체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3일 국제유가 마이너스폭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원본 이상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운용 방식을 변경해 기초지수 구성종목(현재 기준 6월물)과 다른 월물의 원유 선물을 편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투자자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종목 투자자로서 6월물에 100% 투자한 셈인데 하루아침에 운용사 마음대로 6월물, 7월물, 8월물, 9월물에 분산 투자한다는 방침으로 변경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내세운 해당 운용사를 제재해 달라고 청원했다. (연합인포맥스가 24일 오전 8시21분에 송고한 '"제재 vs 비상조치"…삼성운용 원유선물ETF, '제로'의 딜레마'제하의 기사 참조)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마음대로 편입 자산을 바꿈으로써 6월물 유가선물 상승의 효과를 보지 못한 점, 롤오버 비용 증가와 손실 확대 등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이 ETF의 원유선물 롤오버에서 7월물, 8월물, 9월물 등의 편입에 나선 것은 투자자 보호 목적이 아니라 회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고 내세웠다.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이 투자자 손실이 아니라 회사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봤다.

ETF가 0이 되더라도 원금 전액 손실일 뿐 추가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ETF가 '0'을 기록하면 투자자들의 원금 전액 손실은 물론 상장폐지 우려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5월물 원유선물이 마이너스로 간데 이어 6월물도 마이너스로 갈 경우 삼성자산운용이 운용상 부담해야 하는 손실폭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긴급 월물 교체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원유선물 증거금 인상도 한 몫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WTI 원유 선물을 비롯한 선물 증거금을 24일 마감가부터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Crude Oil 위탁증거금은 1만1000달러, RBOB 가솔린(RB) 9천900달러, Heating Oil(HO) 위탁증거금 6천820달러로 오는 27일 오전 7시부터 인상 적용된다.

삼성자산운용은 6월물로 교체하더라도 마이너스 가능성이 열려있는데다 원유선물 마진콜(증거금 부족)에 걸리면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차근월물로 편입 자산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었던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싸게 주고 6월물로 교체했는데 마이너스 확률이 높다면 결국 다음 월물로 도망갈 수 밖에 없다"며 "CME 원유선물 익스포저를 맞추기 위해서는 계속 추가 증거금을 내야 하고, 마진콜이 걸린다면 유동성으로 채권을 갖고 있는 부분을 팔아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가 '0'이 되는 상황을 막으려 월물 변경을 긴급 결정한 것으로 원유선물 증거금 부족이나 회사의 손실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8천억원 규모의 ETF가 0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월물 교체를 결정한 것"이라며 "회의를 할 때도 그 점에 유의해 대응한 것이지 증거금 등은 논의된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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