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주식시세조종·분식회계)에 대한 기소 타당성 여부를 다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결정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검찰이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할 경우 검찰이 이에 반해 이 부회장을 기소하더라도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팀과 변호인 측 의견서를 검토한 뒤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검찰이 이 기소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판단한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부의 결정 후 "국민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열릴 수사심의위원회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수사와 기소의 타당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묻겠다는 취지에 따라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30쪽 이내의 짧은 의견서를 읽고 30분가량 의견 진술을 들은 뒤 사안을 판단하게 된다.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측이 방대한 기록을 심의위 위원들에게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이번 검찰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고,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골자다.

또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 삼성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논리를 펼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이 1년 8개월 동안 110여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벌이고 50여건의 달하는 압수수색 진행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 측은 강경한 검찰보다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 이 부회장이 대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도 이런 계산에서였다.

이 부회장 측은 또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가 소명됐다'는 표현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 당사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달리 말해 '소명 부족'이라고 지적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측에 불기소 권고를 할 경우 이 부회장은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된다.

지금까지 8차례 개최된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를 검찰이 따르지 않은 적은 없지만, 이번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해도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할 확률이 높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는 데는 부담이 따르는 데다,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불기소 권고까지 나오면 재판부의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수사심의위가 검찰 측에 기소를 권고하면 상황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역전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다소 힘이 빠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기소 권고를 통해 정당성을 얻고 막판 동력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자 기소를 앞둔 절박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을 쓴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사심의위는 이달 말께 회의를 열 전망이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 정당성을 심의해서 2주 이내로 결론을 낸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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