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차기 지원분을 받기 위해 의회의 예산안 통과가 절실한 그리스 정부가 이른바 '라가르드 명단'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위층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명단이 공개되면서 정부는 제 주머니만 불리면서 그리스 사람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종용하는 꼴이 됐다. 정부의 긴축 정책이 대중으로부터 설득력을 더욱 잃을 공산이 커졌다.

이 명단은 2010년 당시 게오르기오스 파파콘스탄티누 재무장관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HSBC 은행의 스위스 제네바 지점에 거액을 예치한 그리스인 2천여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후 이 명단은 그리스 정부 수중에서 비밀에 부쳐지다가 최근 한 주간지 대표가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가 명단 공개를 꺼렸던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이기 때문이다. 명단 가운데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의 자문인 스타브로스 파파스타브로스, 신민당 전 의원인 게오르기오스 불가라키스가 보이고 현직 재무부 관리들의 이름도 들어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게리 라이스 대변인은 그리스 부유층도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면서 그리스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리스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는 만성적인 질병처럼 여겨진다. 한 조사를 보면 그리스인 10명 가운데 7명은 수입을 실제보다 훨씬 적게 신고했다. 이 때문에 그리스에선 수입이 50만유로(약 8억7천만원)가 넘는다고 신고한 사람이 2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스 북부 테살로니키의 한 변호사는 탈세가 꽤 간단하다면서 거물급 변호사들은 수천유로의 수임료를 받지만 법원에 사건 당 수수료 300유로만 내면 되기 때문에 차익을 많이 남긴다고 귀띔한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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