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또 한번 4차 대유행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맞닥뜨렸다.

끈질긴 코로나19 위세를 실감하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복잡성을 더하게 됐다.

백신 접종과 빠른 경기 회복세로 금리 인상을 마음에 두고 시장에 강한 시그널까지 제시한 한은 집행부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의 등장으로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년 차 임기를 지내는 동안에도 정책 시그널을 켤 때면 늘 비슷한 상황이 따라왔다.

이 총재가 임기를 시작한 2014년 4월은 쓰라린 기억으로 남았다. 이 총재는 첫 금통위를 마친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암시했다.

당시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하면서 수요 부문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생기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첫 번째 시그널은 예상치 못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면서 단 4개월 만에 금리 인하 결정으로 뒤집히고 말았다.

이 총재가 같은해 5월에도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던 만큼 시그널에 역행하는 정책 대응은 '깜빡이'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이 내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지만, 당시 정부의 금리 인하 입김도 강했던 터라 금리 인하 논리가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한은의 시그널은 적절한 정책 타이밍을 찾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도 이 총재 등이 금리 인상을 일찌감치 예고했지만 여러 요인을 고려하다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기 동행지표와 선행지표가 모두 정점에서 꺾인 뒤에야 금리 조정이 이뤄지는 등 결과적으로 한은의 시그널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은의 시그널에는 항상 무거운 책임감과 냉혹한 평가가 뒤따랐다.

이 고민의 선두에는 통화당국의 수장 이 총재가 있다. 연내 질서있는 정상화를 강조한 이 총재는 달라진 주변 여건 속에서 외부와의 또 한번 쉽지 않은 소통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한은이 꺼낸 시그널을 향한 기대는 유효해 보인다.

한은은 금리 인상에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두 차례의 인상은 긴축이 아니라는 코멘트를 추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나와도 연내 인상에 대한 기대는 아직 유효하다는 얘기다. 한때 채권시장이 금리 인상을 세 차례 이상 선반영하면서 출렁였지만, 서서히 안정을 되찾은 것은 '질서 있는' 정상화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을 한번 경험하면서 그 여파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기대도 시그널이 급하게 틀어지지 않을 거란 믿음을 더해준다. 한은도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경제전망을 낙관과 비관 등 시나리오별로 나누어 공개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 가격의 과열 등 금융불균형에 대응할 필요성도 연일 나오는 부동산 과열 등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동감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어느덧 이 총재의 두 번째 임기는 내년 4월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임기 내 마지막 소임처럼 보이는 정상화의 시그널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금융시장부 노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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