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징어 게임의 열풍으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대박 스토리가 연일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94개 국가에서 1위에 올랐고, 시청한 가구 수는 1억1천만 가구를 넘어섰다. 넷플릭스가 9부작 오징어 게임을 만들면서 투입한 돈은 고작 250억원 정도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을 위해 회당 238만달러(한화 약 28억원)를 투입했다.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묘한 이야기'와 '더 크라운'에 투입된 돈은 회당 95억원과 119억원이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디즈니 플러스는 마블 시리즈 '완다비전'에만 회당 297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와 비교하면 오징어 게임은 말 그대로 '저예산 콘텐츠'였던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이 넷플릭스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가 추산한 오징어 게임의 가치(임팩트 밸류, impact value)는 8억9천110만달러(약 1조원)에 달했다. 전 세계 시청자가 오징어 게임을 보는 데 들인 시간은 14억시간이었다. 무려 15만9천817년에 해당한다. 넷플릭스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지표 중에 '조정 시청 지분'(AVS)이라는 게 있는데, 오징어 게임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한다. AVS는 넷플릭스를 즐겨 보지 않거나 최근 새로 가입한 구독자가 콘텐츠를 시청할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오징어 게임을 보기 위해 로그인을 한 기존 구독자가 많았거나 새로 구독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AVS가 높아지면 콘텐츠의 임팩트 밸류 역시 비례해 올라간다. 1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저예산' 오징어 게임은 말 그대로 '가성비 끝판왕'의 콘텐츠였던 셈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또 다른 논쟁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그 열풍이 과연 오징어 게임의 성공인지 넷플릭스의 성공인지를 두고서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 한국 콘텐츠의 위대함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성과는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경제적 시각으로 보면 과연 그런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돌아가는 수입은 220~240억원 정도라고 한다. 넷플릭스가 투자 대비 1천 배가 넘는 경제적 이득을 얻은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넷플릭스라는 배에 실린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판로를 개척하는 데 분명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저작권 독점과 그에 따른 수익 배분 구조의 폐해는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도 넷플릭스의 불공정성만 주장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열악한 국내 콘텐츠 제작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넷플릭스의 투자는 제작사엔 한줄기 '빛'이 됐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불거진 논쟁 거리는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론'이다.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넷플릭스가 돈 한 푼 내지 않고 인터넷망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국내 통신업계와 넷플릭스의 대립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망 사용료를 두고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두고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1심에서조차 패한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근거를 들이댄다. 이 원칙은 망 사업자는 트래픽의 종류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글로벌 규범이다. 트래픽 폭증을 유발한다고 해서 차별적으로 사업자에 경제적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비롯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 트래픽을 과도하게 만들어내는 IT·미디어 사업자들의 출현으로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각국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그 원칙을 없앴고, 영국 등 유럽에서도 원칙의 적용 여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장 국내 거대 포털을 비롯한 IC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버티기'에 '역차별'이란 논리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우리가 망 비용을 낸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이 쓰는 해외 기업도 그에 맞는 비용을 내야 공정한 경쟁이다"라며 역차별 해소를 주문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에서는 공룡이지만, 글로벌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영세 사업자'에 해당하는 데도 경제적 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당장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수장들은 망 이용 대가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하는 소위 '넷플릭스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망 사용료 부과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오징어 게임 열풍을 계기로 그동안 두고두고 논란이 됐던 주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마침 여러 주체의 입장도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 국회에서 입법하고, 정부는 명확하게 적용하면 된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이끌어낼 긍정적 사후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트래픽을 사용해야만 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새로운 서비스들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있어서 규제가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반박 논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어느 한 주체의 독주를 방관해선 안 된다. 특히 그것이 막대한 경제적 독점으로 고착된다면 생태계는 정글처럼 될 것이고, 결국 피폐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와 망 사업자, 사용자, 정부 등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는 더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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