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NFT(대체불가능토큰)가 게임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NFT라는 '아이템'만 장착하면 주가는 훨훨 날아오른다. 올 한 해 악재만 거듭하던 엔씨소프트는 시장 예상을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고도 NFT 사업계획 발표로 급등했다. 올해 초 100만원을 넘던 주가가 50만원대로 주저앉기도 했지만, 70만원대 위로 주가를 끌어 올린 것은 NFT였다. 위메이드는 더 드라마틱하다. 5만~6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20만6천400원(11월17일)으로 뛰었다. 반년도 안돼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주가 급등의 동력은 역시 NFT였다. 게임업계를 분석하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또한 긍정적 일색의 보고서를 쏟아낸다. 올해 초 시장에 뜨거운 바람을 일으켰던 메타버스의 바통을 NFT가 잇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해묵은 논란으로 꼽히는 것은 '확률형 아이템'이었다. 게임 유저들은 끊임없이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독려하고 압박하는 게임사들이 횡포를 부린다며 트럭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 일본에서 온 게임 용어인 '컴플리트 가챠'(コンプリトガチャ)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더 좋은 성능을 얻기 위해 여러 아이템을 비싼 돈 주고 구매했더라도 최종적인 완성물(컴플리트)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센 아이템을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완성물까지 도달하는 데 어떤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게임사들이 그 확률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은 더 많은 매몰 비용을 들여야 했다. 속된 말로 '빨리 사지 않으면 죽는다'는 재촉에 바쁘게 결제만 했다.

게임사들은 사행성 높은 이런 게임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하지만, 유저들은 깊은 배신감을 느끼면서 행동에 나섰다. 결국 유저들의 반기에 일부 대형 게임사들이 확률을 공개하겠다며 뒷북 대책을 내놨지만 차가워진 분위기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큰돈을 들여 사들였던 아이템은 '내 것'이 아니었다. 강력한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였지만, 아이템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 그 많은 돈을 써서 사들인 아이템을 다시 현금화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게임사에 빌려 썼을 뿐이다. 게임사들의 덩치는 커지고 시장도 확대되고 있지만, 공급자(게임사)와 수요자(유저) 사이의 충돌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즐기기 위해 시작했던 게임이 스트레스를 더 키우는 상품이 돼 버렸다. 한쪽에선 일방적으로 돈을 거둬가고, 한쪽에선 돈을 쏟아붓는다.

요즘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고거래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용 빈도가 적은 제품은 얼마든지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재판매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물론 제품별 감가상각을 고려해 가격을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희귀템'으로 부상하면 중고라도 더 비싸게 파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 구조는 게임 아이템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게임사에 불만이 팽배해진 유저들은 아이템 환금에 대한 욕구가 크다. 자신의 자산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데 더 큰 배신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NFT가 갈등과 충돌을 잠재우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NFT를 활용하면 각종 자산에 고유의 값을 매겨 디지털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을 통해 게임사들은 각종 아이템을 NTF로 만들려고 한다. 게임사와 유저 간 충돌 지점인 아이템의 자산화와 환금성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유저들은 아이템 획득을 위해 돈만 써야 한다는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고, 게임사들은 불만 가득 안고 떠나려는 유저들을 묶어둘 수 있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특히 게임을 즐기면서도 자신이 보유한 고유화한 NFT 아이템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부상하는 말이 'P2E'(play-to-earn, 놀면서 돈 벌기)다. 게임업계의 사업 구조가 NFT를 계기로 완전히 바뀔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변수가 적지 않다. 우선 NFT에 대한 법률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국내 게임 당국의 규제 또한 만만치 않은 장벽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을 이유로 들어 가상자산 성향이 있는 아이템의 현금화에 부정적이다. 실제 게임 등급 부여도 거부하고 있다.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에 대해선 등급 부여를 취소했다. 현재 행정처분 취소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사 중 NFT에 가장 적극적인 위메이드가 출시한 '미르4'는 국내에선 가상 자산 교환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템을 NFT화 해 게임을 출시하려는 게임사들은 우회로를 택하려 한다. 해외에서 우선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때마다 나타나는 규제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그에 따른 논란과 갈등이 다시 재연될 소지가 크다.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크다. 게임사들이 던진 NFT 사업화와 그에 맞선 규제 및 법제화 논란도 또 시작될 수 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이 다시 불거지지 않는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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