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차단 위한 정치적 판단

슈퍼비둘기 대신 비둘기 선택



(뉴욕=연합인포맥스) 윤영숙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연준 의장으로 재지명한 데는 인플레이션이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치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배런스가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진보 성향 민주당이 선호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대신 파월을 지명한 데는 민주당 내 중도성향 위원들이 더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다루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더 강경한 쪽을 선택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이 연임되는 쪽을 원해왔다. 어떤 식의 변화도 시장에 불안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켓필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샤울 최고경영자(CEO)는 "반전보다는 현행을 고수하기가 더 쉽다"라며 "예상했던 수순이라 시장이 기뻐할 것으로 보지 않지만,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안도감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환점이 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를 크게 부추긴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아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연준 의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씨티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11일 나온 CPI 보고서는 브레이너드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 최악의 사건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브레이너드는 연준의 양대 책무에서 고용에 더 큰 우려를 해왔다며 이는 더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도록 경제가 더 오래 과열되게 내버려 두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통령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한다. 완화정책이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UBS 파이낸셜 서비스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이러한 환경에서 그와 같은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 성장세는 강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올해 성장률은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마르첼리는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이 평소보다 훨씬 더 높아 이러한 (경제적) 성과에서 거의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약간 더 빠른 성장보다 바이든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켓필드의 샤울은 바이든이 비둘기와 슈퍼비둘기 중에 비둘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완전 고용'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취해왔으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의무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르첼리는 "그가 가장 원하지 않은 것은 연준에 다수의 슈퍼 비둘기를 임명하는 것이다"라며 금융시장이 연준의 물가 안정 약속을 의심하기 시작할 경우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할지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적인 무역적자나 재정적자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일 경우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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