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3대 음악상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 대상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수상하는 등 3관왕을 차지했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두각을 보인 지 4년 만이다. 특히 올해는 쟁쟁한 경쟁자인 아리아나 그란데, 올리비아 로드리고, 더 위켄드 등을 제치고 공식적으로 '올해의 주인공'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이은 쾌거다. BTS가 세계에서 제일 큰 음악시장인 미국을 석권한 것은 TV나 조선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BTS 같은 인기를 누리는 한국산 상품이 한국 정부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미국 달러와 유로화 표시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후 같은 달에 두 은행도 역대 낮은 금리 수준에서 외화 채권을 소화했다. 최근 들어 한국 정부와 공기업이 발행한 외화 채권은 투자자 구성이 완전히 업그레이드됐다고 투자은행(IB)업계는 전한다. 국가 신용등급('AA') 상향 전에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찾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가 주요 고객이었다면 요즘은 각국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가 찾는 초우량 채권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덕분에 해외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국내 기업과 금융권이 발행하는 코리안페이퍼(KP)물도 후광효과로 조달 비용을 낮추고 있다.

해외에서 발행된 한국계 외화채권을 지칭하는 KP가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위험이라는 한반도 내 지정학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자유롭지 않은 원화의 국제화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취약한 고리다. 주식시장도 낮은 배당률, 소액주주를 보호하지 않는 대주주의 횡포,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제도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취약점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게 7년째 제자리걸음 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문제다. 뉴인포맥스(7235 화면)의 MSCI 주요국 주가수익비율(PER) 비교에 따르면 한국(Korea Quality, 10)은 대만(Taiwan Quality, 17)과 칠레(Chile Quality, 11)보다 낮다.

BTS가 AMA에서 쾌거를 올린 것은 전적으로 팬들의 투표 덕분이었다고 한다. 팬 한 명은 모래사장에서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모래 알갱이지만 그 티끌이 모이면 태산이 된다. 지난달 KP물 순발행이 52억 달러에 육박해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BTS가 한류 바람을 일으켜 한국의 문화와 이미지에 대한 호감도를 전체적으로 높였듯이, KP물이 가진 세계적인 위상이 한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글로벌 인지도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KP물의 인기는 한국 자본시장 발전의 굳건한 토대 역할을 할 여지가 많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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