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파장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형국이다.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높지 않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미크론의 등장 자체가 전염병의 종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신호라며 기대감마저 보이고 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덜 치명적일 경우 금융시장은 빠르게 복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짜 무서운 것은 오미크론 같은 경제 외적(外的) 변수가 아니다. 물가와 환율, 금리 등 급변하는 변수들이 더 걱정이다. 코로나19로 풀린 돈이 물가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가운데 공급망 충격까지 가해져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세게 후려친다는 뜻의 왝(WHACK)과 인플레이션을 결합해 왝플레이션(whackflation)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다. 경제시스템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이 무너지게 되면서 물가 예측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그 강도와 속도가 지나치다는 게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서둘러 돈줄을 죄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가의 상승과 중앙은행의 긴축은 금리 상승을 유발하고, 나라별로 통화정책의 간극이 생기면서 환율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 변화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후 제대로 된 성장의 가도를 달리려면 기업들의 실적이 탄탄히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앞길엔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 금리 상승 등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이 겹겹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변수는 인플레이션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업들은 임금과 원료비 등 비용 상승 부담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행진은 기업들의 금융비용 상승을 유발해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성장엔진이 식으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도미노처럼 풀썩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오미크론 변이는 어찌 보면 예측 가능한 영역에 있는 변수다. 그렇기에 대응 전략도 쉽게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이후 나타나는 경제변수는 어디로 튈지 몰라 대응 자체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급변하는 경제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물가상승만 경험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진입하거나 경제회복은커녕 물가상승만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질지도 모른다. 재정 지원에 익숙해져 자생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경제의 홀로서기도 요원하다. 이러한 위기에 봉착하지 않도록 모든 경제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야 한다. 아울러 아울러 대선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간 사이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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