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인 시장엔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한탕주의, 묻지마 투자, 집단 선동, 먹튀와 사기까지 광적인 투기의 집약체다. 기존 화폐제도의 문제를 개선할 대안으로 여겨졌던 코인은 이제 투기의 대명사로 전락해버렸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스캔들부터 강남 납치 사건 등 신문 사회면에 잇따라 등장하는 각종 사건·사고는 코인 시장의 신뢰를 깎아 먹은 결정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우량 코인이 있다는 것도 무색하게 잡코인으로 불리는 코인들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시장에 먹칠을 한 꼴이 됐다. 먼저 들어간 사람이 승자, 끝에 들어간 사람이 패자가 되는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는 시장에 사기, 살인, 폭행 사건까지 가세하니 범죄의 온상이 됐다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관련한 범죄 피해액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5조2천94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코인 등 가상자산 사기로 검거된 사람은 무려 2천135명이다.


주요 가상화폐 시세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520)



시장은 본래 신뢰를 먹고 사는 곳이다. 서로 믿을 수 있어야 거래가 형성되고, 시장이 만들어진다. 믿음이 깨진 시장이 다시 회복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코인 시장보다 역사가 깊은 주식시장을 보면 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주가 조작 사건, 분식회계, 펀드 사기가 벌어질 때마다 개미들은 등을 돌렸다. 각종 사고로 얼룩진 코인 시장의 미래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과 코인 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았다. 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 등 각종 제도를 안착시키자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다. 다만 그 속도가 느렸을 뿐이다. 누구도 총대 메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정치권에서 관련 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고 한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불미스러운 행태가 불러온 파장이 컸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결자해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코인의 지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최근 루나 사태에 연루된 관련자를 기소할 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코인의 증권성이 있다고 여겨 자본시장법을 적용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라고 한다. 판례가 없는 첫 재판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향후 코인의 지위와 관련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코인의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앞으로 코인은 별도의 법 제정 없이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코인 관련 입법을 더욱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라-루나' 연루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이번 코인 사태를 꼭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권도형-김남국 사태 이후 정치권, 법조계의 움직임을 보면 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더 마련됐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율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공 들여 쌓았던 탑은 이미 무너졌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잿더미 속에서 다시 부활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편집해설위원실장)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