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값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12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024.90달러에 마감했다. 2022년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년 만에 최고치에 접근했다. 특히 최근 1개월간 8% 이상 오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의 상승은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 우리 경제가 좋았던 적이 없다. 세상사 모든 게 불확실할 때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금이 오른다는 건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의미이며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우리나라에도 먹구름이 낀다는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6개월간 금값의 일간 그래프
연합인포맥스 차트(화면번호:5000)




금값의 상승 배경엔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가장 중심에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거침없는 금리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을 것이라는 신호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는 고용지표인데, 최근 일자리 증가 속도와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는 등 고용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가상승 억제에 집착하다 보니 연준이 과하게 기준금리를 올린 측면이 있는데, 이제 그 여파로 경제가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R의 공포는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로 이어져,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데 시장에선 이게 금값의 상승을 자극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침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어 앞으로 금리인하에 베팅하는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달러약세에 기반한 금값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9.11 테러와 2020년 코로나 사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 급등한 금값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8888)




금값을 움직일 트리거는 또 있다. 지금은 주목받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가장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지정학 리스크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강화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정찰 풍선 문제로 이미 한차례 거친 설전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놓고도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이 기폭제가 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은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통원해 대만을 포위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사실상 '전쟁 리허설'를 치른 중국을 상대로 미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을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의 인공섬 인근에 보내 훈련을 벌였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물론 틱톡과 유튜브에 대해서도 서로 규제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여기에 대만발 군사적 긴장까지 가세한 것이다.

지정학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금시장이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도 금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었다.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금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칫 대만 주변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경우 돈의 흐름은 안전한 곳인 금을 향해 쏠릴 가능성이 크다.


GeoPolitical Risk(GPR)지수의 흐름
2001년 9.11 테러와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급등한 GPR 지수




우리에겐 한반도 리스크라는 또 다른 숙제가 있다. 미ㆍ중의 긴장 고조 속에 최근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각종 미사일 도발로도 모자라 성능을 개량한 핵 어뢰 해일-2 폭파시험을 하는가 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한 지도를 펼쳐놓고 보란 듯이 대남 심리전을 강화하고 있다. 동북아 지형의 지각 변동 속에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냉각기로 접어든 남북 관계는 우리에겐 생존의 이슈다. 그것은 곧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된 경제 이슈이기도 하다. (편집해설위원실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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