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년 가까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백신만 맞으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기대도 사그라든다. 똬리를 튼 바이러스가 여전히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언제쯤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한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지난 2년 가까이 산업 생태계는 상상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먹고사는 문제에도 직결된다. 변화의 흐름을 좇아가기도 벅차지만, 그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생존에 곧바로 위협이 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재빨리 캐치할 수 있어야 기업도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 기술과 노동력이 중심이 됐던 제조업조차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운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전자·통신 기업들에 한정됐던 고민이 전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만큼 ICT와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그 자체가 현재가 됐다. 기업들의 두려움도 더 커진다. 새로운 도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금방 도태될 수 있다는 사실에 숨 막혀 한다. 엔진을 더 잘 돌아가게 해 주는 윤활유 같은 정보에 목말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년 1월이 되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전 세계 기업들이 몰려온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가 열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1월 5일부터 8일까지 문을 여는데, 최첨단 기술력을 뽐내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펼쳐진다. 1967년 6월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CES는 그간 어떤 제품과 기술력이 미래를 주도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세계 산업 생태계의 축소판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소비자 가전을 넘어서 산업 전 영역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이 펼쳐지는 큰 장(場)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유수의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들은 CES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게 일상화됐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기업들이 CES에서 뽐내는 제품과 기술을 보지 않고서는 한 해 장사를 하기에 벅찬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쓰지도 않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던 제품인 가정용 영상 녹화 장치 VCR이 CES에서 선보인 것은 1970년이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개발했지만, 일본의 소니는 이를 개량해 전 세계에서 팔았다. 소니를 중심으로 한 일본 가전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계기가 됐다. 1981년에는 CD플레이어와 캠코더가 CES에 모습을 드러냈고, 1996년에는 DVD가 소개됐다. 지금은 일상화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CES에 나온 것은 2008년이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에는 3차원(3D)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3D TV가 CES를 통해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 이후에는 소비자 가전을 넘어선 기술들이 CES를 통해 선보였다.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무인항공기 드론이 2015년 CES 전시장에 대거 전시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각종 드론을 선보이면서 상업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동차업체들도 CES에 단골손님이 됐다. 각종 디지털 기능과 최첨단 장비를 갖춘 자율주행 스마트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D 프린팅 등의 기술과 5G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무장된 각종 스마트 기기와 기술들도 CES의 핵심 테마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이미 상업화돼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과 기술들이다. 기업들은 그러한 상업화를 통해 상당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이미 내고 있다. 재빠르게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쭉쭉 위로 뻗어가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GS칼텍스는 올해 CES에 참가했다. CES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다. GS칼텍스는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 인프라에 더해 물류와 식음료(F&B) 서비스가 전방위로 이뤄지는 미래형 주유소를 소개했다. 주유소에서 시작되는 드론 배송 기술도 알렸다. 조선과 건설기계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에 처음으로 CES에 참가한다. 자율운항이 가능한 선박 기술과 AI가 접목된 로봇 기술은 물론 수소 기반의 에너지 밸류체인 사업화 기술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CES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 됐다. 내년에는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ICT 산업의 최대 화두가 되는 테마들에 더해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 등도 주요한 관심 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과거 페이스북)와 트위터 등 주요 정보기술 기업들이 오미크론의 확산 우려에 부스를 내지 않고 온라인으로 참가하기로 했지만, 구글과 퀄컴, 소니, GM(제너럴모터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전시장을 마련해 자율주행 기술 등 최근 산업계를 주도하는 각종 트렌드 기술들을 공개한다. 주요 기술 기업들의 최고경영진이 기조연설 등을 통해 내놓을 새로운 테마 등도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세상의 변화를 이끌 미래 기술은 무엇이 될 지 그들의 입을 통해서 나올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도 직접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간다. 과연 무엇을 내놓고, 무엇을 얻어 올 것인가. 내년 말 수확의 기쁨을 누릴지, 우울한 연말을 보낼지는 그들의 선택이다. 비용 통제만으로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쫓아 사업화하고, 이를 메가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정보와 과감한 의사결정, 그리고 합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CES가 우리 기업들에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되는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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