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내년 세계 경제는 순항할까. 일단 국내는 성장 측면에서 팬데믹 기저효과 덕을 본 올해보다는 못 하지만 과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0%, 내년은 3.1%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3.0%, 현대와 LG경제연구원이 2.8%를 내다본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내년 3% 언저리로 성장한다는 전망은 지난 10년(2010~2019년) 평균치 3.3%나 최근 5년(2015~2019년)치 2.8%의 중간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 동력으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꼽았다.

미국도 좋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차례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깃발을 높이 세운 배경에는 성장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낙관론이 깔려있다. 대략 6개월 뒤 경기 방향성을 예측하는 콘퍼런스보드의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11월에 전월보다 1.1% 상승했다. 전문가 예상치인 0.9%를 웃돈 수준이다. 이 수치는 코로나19 변이 확산에도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신호다. 미국에서 성장세가 계속 나온다면 자산매입(테이퍼링) 중단 후 이어질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뉴욕이나 국내 증시 모두 버틸 명분이 강해진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음에도 내년 한국과 미국 경제의 전망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경제와 증시의 복병은 다른 곳에 웅크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전반적인 인플레 압력이 세계적으로 누그러질 것이지만 올해 아시아에서 유독 물가 상승 폭이 낮았던 점이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앞으로 높은 운임이 아시아에서 물가 상승을 압박할 여지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눌렸던 만큼 물가가 내년에 폭발한다면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 속도를 높여야만 한다. 올해 아시아의 인플레 압력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온화한 수준이었다. 경기 회복이 다른 곳들보다 더딘 데다 인도에서 풍작이 나타났고, 중국에서는 돼지 개체 수가 증가한 여파다.









최근 터키는 아시아가 내년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가 될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가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긴축에 나서는 것과 달리 터키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대통령의 생소한 주장 탓에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그 결과 리라화 폭락과 물가 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불균형이 커지면, 자본은 선진국으로만 흘러 들어가려고 할 수 있다. 이런 '머니 무브'가 나타난다면 세계 10위 경제력을 가졌음에도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증시 투자자는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당장 편입은 불가능하므로 내년 MSCI 선진국 지수 관련 관찰대상국(review list)에 들어가는 게 더 중요해졌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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