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원 환율 1,200원 시대에 진입했다. 2020년 7월 이후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19일 현재 1,191원선으로 다소 내려왔으나, 미국의 조기긴축 등 대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고환율 시대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제도(Fed)는 테이퍼링을 조기에 종료하고 이르면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를 보인다. 25bp씩 올리던 기존의 관행을 깨고 단번에 50bp 인상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달러 강세는 정해진 미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이 동반되며 전 세계에 풀려있던 자금을 블랙홀처럼 미국으로 빨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가장 큰 피해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이후 형성됐던 저금리 시대에 고수익을 노리며 들어왔던 핫머니(투기자금)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의 시기에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이는 글로벌 자금의 변동성에 신흥시장국이 특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더욱더 환율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 대외경제의 파고에 환율이 들썩이며 우리나라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것이 바로 그 예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의 바로미터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해지면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고 이는 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현재의 달러 강세는 미국의 긴축을 반영하고 있지만, 우리 내부의 경제펀더멘털은 튼튼한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달러 강세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경제는 매년 성장률이 떨어지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2년 이상 겪으며 경제를 떠받치는 기초체력이 소진된 게 사실이다. 기업들은 혁신을 거듭해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지만, 그에 걸맞은 경쟁력과 임금구조 등 제대로 된 경영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몇 년간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연명해온 우리 경제가 이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인 성장의 기틀을 만들어 낼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각 대선 캠프에서 경쟁적으로 내놓는 각종 선심성 공약은 우려스럽다.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그랜드 경제 비전은 보이지 않고 사탕발림 같은 퍼주기만 난무하는 것 같다. 과거 대선에선 지역 개발 공약으로 민심을 유혹했다면 현재의 대선은 거기에 더해 병사 처우개선과 건강보험 혜택 확대, 코로나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과 각종 현금성 지원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이를 위한 재원은 결국 재정에서 나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채무비율을 높이고 재정적자를 늘려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에 좋지 않게 작용할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섣부른 국가의 개입이 실패하게 된다면 나라 경제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굳어지는 시기에 굳이 우리 스스로 경제기초를 허물어 원화가치를 훼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경제와 체급은 다르지만 거꾸로 된 경제정책으로 혼란에 빠진 터키의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물가 상승의 고통을 받고 있는 터키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레제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대통령 주도 아래 금리를 내려 걷잡을 수 없는 환율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터키 국민들은 연일 폭락하는 자국 통화(리라화) 대신 차라리 가상화폐를 선택한다고 한다. 정부와 화폐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경제 처방을 내리면 국가 경제가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터키는 금리를 잘못 다뤄 문제가 됐지만 재정정책, 환율, 국토개발, 부동산 정책 등 우리가 조심해서 다뤄야 할 변수는 그 외에도 많다.

(취재본부장)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2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