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 대표소송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국민연금 독립성과 남소 가능성, 실익 여부 등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관련 토론회에서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회사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반면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 위원이기도 한 정 부회장은 "해외 주요 연기금은 지배구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도 경영간섭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국 회사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거나 개별 회사에 대해 투자한도 제한을 두고 있다"며 "반면 국민연금은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6인도 정부 인사로 이뤄져 정치적 독립성이 전혀 확보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국민연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기금위 구성을 바꾸는 대신 기금위 산하 수책위에 주주대표소송 결정권을 주려고 하고 있다"며 "수책위가 기금운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금운용 책임을 지지 않는 수책위는 경제 상황, 기업 경영 활동의 위축 가능성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수탁자책임활동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수책위에 어떤 책임도 없이 의사결정만 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라고 말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실장도 대표소송으로 국민연금이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민들이 이중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위 위원이기도 한 이상철 실장은 "대표소송 분쟁 시 막대한 소송비용에 비해 국민연금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고 소 종결까지 관리비용이 점차 늘어나 국민연금은 수익률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소송 남발로 기금 손실이 초래되고 기업의 적극적 경영활동 위축, 기업가치 하락 초래 등의 부수적인 피해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현재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만으로도 충분한데 수책위에 대표소송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미국에선 헤지펀드들이 위협하기 위해 대표소송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결국 로펌만 돈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러면서 "대표소송은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커 지침 개정만으로는 결정하는 데 무리"라며 "국민연금법에 대표소송 제기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령에 소 제기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주체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 관리 조직과 전문성을 갖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소송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곽관훈 선문대 법경철학과 교수도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구조적으로 전문성과 독립성, 책임성이 부족한 수책위가 주주대표소송을 결정하면 기금운용의 안정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여론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기금운용의 안정성을 해치고 나아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곽 교수는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기금고갈이 예상되는 구조로 설계됐고 1996년 헌법재판소도 안정성과 수익성, 공공성 중 안정성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지배구조가 갖춰진 것인데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이런 구조를 우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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