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투자자들은 우울한 설 연휴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동학 개미나, 해외를 선호하는 서학 개미나 마찬가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꺾기 위해 과감한 긴축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한 탓이다. 글로벌 증시는 유동성 파티가 곧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움츠러들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전년 말 대비 12%, 코스닥은 17%가량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9%와 14%씩 떨어졌다. 가상자산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20%가 넘게 하락했다.

모두가 알던 재료인데도 시장 낙폭은 예상보다 컸고, 증권업계의 올해 코스피 전망치도 무용지물이 됐다. 지난해 11월 초에 '[데스크 칼럼] 센터장들이 동의하는 내년 코스피 수준은'이 나올 당시 증권사의 예상치 최저점은 2,800이었다. 임인년 새해가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코스피는 2,604까지 저점을 낮췄다. 인포맥스가 집계한 금융시장 장기전망(3003 화면)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2,610을 내다봐 20여 개가 넘는 증권사 중에 유일하게 맞췄다. DB금융투자와 부국증권이 2,650으로 근접했고, 신영과 SK, 유안타,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2,700 초반에서 중반을 내다봤다.

금융시장 장기전망(3003 화면)
출처 : 연합인포맥스






고물가 탓에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지 않으리라고 내다본 증권사가 없는 데도 코스피 예측치 명중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고 위험 수준을 얕잡아 본 낙관 편향성 탓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만 취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무의식적인 사고 성향을 확증 편향이라고 일컫는다. 집단 지성이 작용하는 증권사마저도 이런데 개인은 더 어렵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돈을 넣어두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달콤한 수익을 고대하는 마음이 큰 만큼 시장 재료와 주변 여건을 객관적으로 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눈앞에 돌부리를 제대로 보지 못한 투자자가 많아지면 시장에 비이성적인 군집행동이 나타난다.

이제 공포를 직접 겪은 투자자는 적어도 2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주가는 결국 기업 이익과 동행하므로 일단은 경제 성장이 기존 예상대로 나올지를 지켜보고, 이에 따른 연준의 긴축 강도도 가늠해야 한다. 또 기업이 이익을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도 관건이다. 기존 증시의 이익 기대치부터 낮아져야 주가 반등 여건이 조성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그리고 새해 들어 위험을 마주하고도 보유 주식을 줄여 현금 비중을 높이지 못한 투자자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낙관 편향성에 대해서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관점에서 벗어나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재료에 눈뜨고, 자신에 대해 냉철해져야 할 시기다. (투자금융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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