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망연자실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 주요 금융자산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모든 자산이 빅랠리를 펼치며 모두가 행복했던 지난해 이맘때와 너무 다른 풍경이다. 앞으로 자산 가격의 흐름을 전망하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를 가늠해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자산 가격 조정이 연준의 매파적 행보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전경:연합뉴스 제공>


◇매파로 돌변한 연준에 안절부절하는 금융시장

연준이 마침내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며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했던 비둘기파적인 연준의 모습은 과거의 일이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말까지도 공급망 병목 현상을 탓하며 시장을 안심시켜왔다. 불과 두 달여 만에 비둘기가 매로 돌변한 셈이다.

지난 16일 연준이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진 데 상당한 수준의 우려를 표시했다.

대다수 참석자는 인플레이션이 예상한 대로 내려가지 않을 경우 위원회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a faster pace) 완화 정책을 제거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사록은 또 "대다수 참석자는 2015년 이후 기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인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전했다.

시장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언급에도 주목했다.

연준은 이날 의사록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서는 참석자들은 "현재 연준이보유한 높은 증권 규모에 비춰 대차대조표의 상당한(significant) 축소가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기술주 중심으로 닷컴 버블 닮은꼴 지적도

큰 폭의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 뉴욕증시는 연준의 매파적 행보를 제한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일부 거품이 형성된 증시의 조정을 되레 반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준은 올해 초부터 매파적 행보를 강화했고 뉴욕증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든 자산의 할인율에 해당하는 금리 수준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주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장은 수익성이 없지만, 미래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급등했던 기술주와 혁신주들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서 이른바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상장지수펀드(ETF)는 만신창이가 됐다. 연추부터 투매 양상을 보이며 지난해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아크 인베스트먼트 ETF의 투매 양상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에 이은이후의 붕괴와 닮은 꼴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데이타 트렉 리서치의 공동 창업자인 제시카 라베는 "기술주 중심으로 편입한 아크 이노베이션이 나스닥의2000~2001년 초 선례를 전반적으로 따라갔다"면서 "2000~2001년의 유사성이 계속된다면 아크 이노베이션이 앞으로 3주 동안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률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매출 증가세까지 주춤해질 경우 기술주 중심의 조정폭이 더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테크 기업들의 경우 최근 임금 상승세에 따른 타격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연준 매파 행보 가늠하려면 회사채 스프레드 주목해야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행보를 가늠하려면 증시 조정보다는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를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일부 거품이 형성된 증시 조정에는 무관심할 수도 있지만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회사들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는 주가 조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어서다.

가르시아 해밀턴 어소시에이트의 길버트 가르시아 매니징 파트너는 중앙은행이 경제 지원 조치를 철회하면서 회사채 시장도 곧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르시아는 "긴축 사이클에 더 깊이 들어갈수록 주식시장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 이때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말까지 스프레드가 100~200bp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치솟고 일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면 연준의 매파적 행보도 주춤해질 수 있다. 긴축적인 금융환경이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뉴욕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50년전 주창한 명언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뉴욕 특파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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