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채권시장은 전쟁의 공포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더 무서워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채권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연합뉴스 제공>



파월의장은 지난 2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이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3월 FOMC 정례회의는 오는 15~16일에 열릴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강하게 상승할 경우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파월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서도 3월 회의에서 이에 대한 계획에 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회의에서 이를 결론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보적인 대도를 보였다.

뉴욕 채권시장은 바짝 얼어붙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한때 전날 종가대비 18bp 이상 상승한 1.536%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은 미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뉴욕증시와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매크로 변수에 좀 더 민감한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파월의장 발언의 진의를 간파한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흥청망청 유동성 파티를 즐겨왔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파이낸셜 컨디션 인덱스'는 지난해 말에 97.73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동성이 그만큼 넘쳐났지만 이제 지난해 말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조만간 모든 자산의 공급자보다는 구매자가 적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채권시장이 먼저 반응했지만 다른 자산 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유동성 파티라는 최고의 시절을 지나 험난한 나날을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될지 여부인 것으로 진단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동성 축소의 고통도견딜만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월가 구루(GURU:전문가 혹은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인 제이미 다이먼(사진) 제이피모건 체이스(NYS:JPM) 최고경영자(CEO)는투자자들이 안전벨트를 동여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며 평온한 상태를 보였던 미국 증시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제부터는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이먼은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양적완화(QE) 등 경제에 대한 지원 정책을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투자자들은 (이런 변동성 장세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미국이 아마도 "너무 많은 재정 부양책과 양적 완화"를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과열된 물가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7회 이상 올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먼이 지적한 것처럼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상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QT:양적긴축)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대차대조표의 빠른 축소가 훨씬 파괴적인 파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차대조표 규모를 9조달러로 4배나 키웠다. 미국 뉴욕 금융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준의 유동성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연준뿐만 아니라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잉글랜드 은행(BOE)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앙은행들의 돈이 넘쳐났다.

특히 미국 채권장은 그 정도가 심했다.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의 5분의 1이 연준에 의해 소화됐고미국채의 69~80%도 연준의 몫이었다.

JP모건은 연준이 손을 놓으면서 올해 하반기에 시장이 소화해야할 미국채 순발행 물량만 3천500억달러 규모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연준이 매달 9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단행하면 파장이 증폭될 수 있다. 하반기에는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가 4천억달러 규모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내년에는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가 무려 1조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제부터 투자자들은 다이먼의 경고처럼 안전벨트를 동여 매야할 것 같다. 유동성이 순식간에 마를 수도 있다는 의미의 '유동성 블랙홀(Liquidity black holes)'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유동성 블랙 홀 현상은 언제나 자기실현적이다. 투매가 투매를 부른다는 의미다.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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