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이민재 기자 = "34년 동안 한국은행에서 실력을 쌓고 발휘했다면, 이젠 그 지식과 경험을 청년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한은에서 대표 '금융시장통'으로 통하는 황성 자문역이 퇴임을 앞두고 새롭게 던진 화두다. 한은에서 쌓은 경험을 '혜택'이라고 부르며 청년들의 멘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들에게 금융시장의 중요성을 알리고,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식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황성 자문역(사진)은 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의 멘토를 신청했는데 운 좋게 멘토로 선정됐다"며 "대학생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지식을 정리해 대학생 등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저서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경제교육실장을 역임하면서 더욱 커졌다. 그가 제작한 '경제금융용어 700선'이라는 저서가 청년들이 주로 보는 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황 자문역은 더 나아가 멘토 프로그램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니즈에 맞게 체계화할 예정이다. 금융기관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을 구상한다.

그동안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멘토링이 단순 지식 전파 위주였던 것을 넘어서는 게 목표다. 그가 현역 때 쌓은 인맥을 활용해 청년들이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덕목과 감각 등을 몸소 익히고 발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전달 수단으로 책이 아닌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

그는 한은에서 첫 근무를 자금부(현재 통화정책국과 금융시장국의 전신)에서 시작했다. 통화량을 목표로 정책을 펼쳤기에 조사역 시절(1990년대)부터 금융기관들과 맞닿았다. 당시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로 유동성이 대거 풀렸고, 지급준비금이 제때 맞춰지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과태금을 물리기도 했다. 정책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주는 방식을 이때부터 깨달았다.

이후 공개시장운영 담당을 맡으면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통합발행제도, 중도환매제도 정례화 등을 도입했다. 통안채 발행에 시장친화적인 요소를 더하면서 이자 비용을 500억~1천억원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외 통화안정계정의 기간부 예금 형태 복원, 증권 대차 시행도 그의 손을 거쳤다.

황 자문역은 "유동성 조절 수단을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개시장운용 대상 증권 확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출자 등 내부 논란이 많은 사안까지 성공시킨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한은 후배들에게 소극적인 업무 자세에서 탈피해 적극적이고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어느 곳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황 자문역은 "코로나 사태 때 한은은 정부·산업은행과 저신용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구(SPC)를 설립했는데, 가장 많이 출자하고도 직접 SPC를 운영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쉽다"며 "앞으로 한은법을 개정해 자회사를 둘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은의 인사제도는 여전히 산업화라는 패러다임 하에서 유효했던 순환보직을 통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며 "순환보직을 폐지해 장기근무를 유도하고, 직무의 난이도나 전문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 선발 방식'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불평등 문제를 우려하면서 자영업자 피해 구제를 위한 사회공동세(사회연대세)를 제언했다.

황 자문역은 "추경에 필요한 재원을 적자국채로 마련하려고 하니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가 급등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있고 국가 채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사회연대세를 법인세에 함께 부과하고 이를 자영업자 손실 보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능력 이상으로 생긴 이익이 공동체 유지에 쓰여 사회정의에도 부합할 것"이라며 "이 제도를 코로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 일몰조항으로 운영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lee2@yna.co.kr

m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