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후 첫 행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였다. 당선 확정 5시간 여 만에 나온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는 역대 가장 빠른 통화였다고 한다. 끈끈한 한미 동맹을 확인한 강력한 시그널로 평가받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생각하면 우방국 미국과 우리나라의 동맹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의 시야를 좀 더 넓혀볼 필요도 있다. 영토 안보만큼 중요한 게 금융 안보다. 한ㆍ미동맹의 강화에 발맞춰 작년에 중단된 한ㆍ미 통화스와프도 부활하면 어떨까.

한미 통화스와프는 작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2020년 3월 6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된 이후 만기 때마다 재연장하며 달러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왔으나 올해부턴 그 연결망이 없어지고 FIMA 레포(Repo.환매조건부 채권)로 대체됐다.

통화스와프는 금융 위기 때 우리 원화를 주고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는 달러 비상통장 같은 것이지만, FIMA 레포는 우리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방준비제도에 환매조건부로 팔고 달러를 공급받는 제도다. FIMA 레포로도 외환위기 때 비상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한ㆍ미 통화스와프가 갖는 위상보다는 한 수 아래다.

한ㆍ미 통화스와프는 한미 동맹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물론 외환위기의 방파제로서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외환위기 때 불거지는 신용시장의 불안과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는 한ㆍ미 통화스와프로 선제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웃 나라 일본은 아직도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엔 한미 통화스와프가 더욱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로 글로벌 금융 불안 심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의 첫발을 떼며 국제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2008년 이후 달러-원 월봉차트








이런 분위기 속에 달러-원 환율은 속절없이 오르고 있다. 달러-원은 한때 1년 10개월 만에 최고치인 1,244.40원까지 올랐다. 환율은 우리 경제를 읽는 바로미터다. 작년만 해도 1,1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이렇게 오른 건 우리 경제의 대외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자칫 이머징마켓 중 한 곳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와닿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건 딱 두 번이다. 한번은 2008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 때고, 또 한번은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 때다. 위기가 왔을 때 미국에 도움을 요청해 달러 연결망을 만든 것이다. 이번에는 위기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면 어떨까 싶다. 대선 종료 이후 미국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지금이 어쩌면 통화스와프 체결의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하순 일본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때 한국 방문을 통한 한ㆍ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엔 국가안보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두 나라 정상 간에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인식도 공유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한ㆍ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맺어진다면 한 치 앞도 모르는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속에 우리 경제에 확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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