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행보 중 세계인들의 뇌리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반도체 칩을 든 사진'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만인 작년 2월 행정부에 반도체, 희토류 등 중요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칩을 들고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바이든은 두 달 뒤인 작년 4월에도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들고 반도체·자동차·IT 기업들에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후에도 중요한 시점마다 트위터 등을 이용해 대내외에 경제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슈퍼볼이 진행 중일 때는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라는 메시지를 보낸 게 그 예다. 대통령이 직접 낸 메시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특히 산업계에 큰 파급력을 줬다.

바이든뿐만 아니라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등 전임 대통령 모두 경제 메시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한 대통령들이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도 마찬가지다. 취임 후 눈에 확 띄는 경제 메시지를 낸 대통령들이 많다. 이명박의 '전봇대', 박근혜의 '손톱 및 가시', 문재인의 '규제샌드박스'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신발 속 돌멩이'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주로 규제 완화에 방점을 많이 찍은 말들이 국민들의 뇌리에 많이 남은 것 같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를 내야할까.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워크숍에서 경제가 1순위라고 천명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기업 규제 완화, 미래성장동력 마련, 물가 관리 같은 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변하는 대외환경을 고려할 때 새 정부의 실질적인 화두는 위기관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으로 불리는 복합 위기가 우리나라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은 우리 경제에 최소 2년 이상 고통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 임기의 거의 절반이다. 여기에 코로나 유동성이 부른 후유증인 고물가, 미국의 장단기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침체 걱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신흥국 경제 불안 개연성 등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환율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의 충격을 받아 올해부터 무역수지 적자로 전환했고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내수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대외변수는 단시일 내에 종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된 앞으로 2~3년간 대외변수로 인한 위기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윤석열 차기정부는 이를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리 만만치않은 작업일 것 같다. 최근 일본은행(BOJ)은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을 단행했다. 경제 부양을 위해서인데 돈줄을 죄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그러다 보니 엔화가 급속히 추락하는 부작용이 생기며 되레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곤혹스러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를 부양하자니 재정과 환율이 걱정이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와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새 정부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려면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고 과거의 사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취재본부장)



*그림*
바이든 "반도체에 공격적 투자"…삼성 등에 협력 요청 (CG)
[연합뉴스TV 제공]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