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겨울 폭설처럼 인플레이션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경제 성장이라는 단어는 미디어에서 자취를 감춘 양상이다. 작년까지 활활 타올랐던 자산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녹아내렸다. 인플레 공포는 시장 금리를 쏘아 올렸고,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서울 채권시장에는 이제 곡소리가 가득하다. 증권사들은 채권 평가손으로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주식시장도 비용 급증에 따른 기업이익이 전망이 악화하면서 상방 경직성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제시했던 4.4%에서 큰 폭으로 내린 3.6%로 제시했다.



재화와 서비스 인플레이션
출처 : IMF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기대 억제에 방점을 뒀다. 이 총재는 인기가 없더라도 금리 신호를 줘서 물가 크게 올라가지 않는 데 전념하겠다며 물가 상승이 1~2년 앞으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위기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물가 4%라는 것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낮은 것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성장 모멘텀이 아직 강하지 않기 때문에 4% 물가가 갑자기 물가 기대를 올린다든지 해서 (물가가)급격히 올라 지금처럼 25bp씩이 아니라 더 많이 금리를 올려야 물가가 잡히는 순간이 되면 경제에 주는 충격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인사청문회 질의 답변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4.19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인플레이션이 모든 경제 현상의 근원이 되는 시대지만 투자자도 물가 잡기가 제일 과업인 중앙은행과 같은 시각에 계속 매몰돼 있어야 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 총재의 말을 뒤집어서 본다면 성장 모멘텀이 강할 경우 우리 경제는 고물가에도 버틸 수 있고,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요한 투자 가치는 성장인 셈이다. 아주 드물지만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창출되는 산업이나 최근 거리두기 종료에 따라 성장 모멘텀이 생겨나는 리오프닝 분야 같은 분야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아닐까.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최근 완만해져 전체 물가를 진정시킬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 인플레 상승의 핵심인 중고차 가격도 전월대비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강성 매파인 제임스 블러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한 번에 75bp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일종의 심리 지표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높은 인상 폭을 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서다. 물론 연료비 등 상품 가격 급등이라는 시즌 1이 끝난 후에 시즌 2로 이어지는 임금 상승을 동반한 노동시장의 물가 압력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한번 멈춰야 비로소 매번 다니는 출근길에서도 새로운 게 눈에 들어온다. 겨우내 언 흙을 비집고 냉이며 봄 쑥이 올라오듯이 지금 온 투자 세상을 뒤덮은 인플레이션 아래서 꼬물거리는 성장을 찾아보기 시작할 때다. (투자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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