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긋지긋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굴레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 같다. 실내 마스크 착용만 빼고 거의 모든 통제가 사라졌다. 2년이 넘게 주로 방에 틀어박혀 지내야만 했던 시민들은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 거리엔 화사한 꽃망울과 함께 한껏 멋을 낸 청춘들의 밝은 표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 일상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승승장구하던 배달업의 업황엔 제동이 걸리고, 회식과 음주가 늘어나면서 심야엔 택시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택시 수요는 폭증하는데 그를 뒷받침할 택시 기사의 공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산으로 들로 나들이 가는 사람이 늘면서 의류 매출이 늘고 화장품 소비가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하늘길이 열리기만 기다려 온 여행족들은 비행기 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집안에서 게임을 하기보다는 영화관으로 나가고, 모바일 쇼핑을 하기보다는 백화점으로 나가는 보복 소비가 진행중이다.

금융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선 포스트 코로나 이슈를 격렬하게 반영하고 있다. 팬데믹에 수혜를 입은 기업은 고개를 숙이고 리오프닝(경제활동의 재개)의 수혜를 입은 기업은 햇살을 받고 있다. 미국의 넷플릭스는 코로나가 종료된 이후 가입자 수가 급감하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아마존은 온라인쇼핑 부문이 감소하는 등의 악재로 1분기 4조8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도 팬데믹 종료 후 게임용 GPU 판매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의 리오프닝 속도가 미국과 비교해 약 3~4개월 후행한다고 봤을 때, 그때쯤이면 한국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비슷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주가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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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펼쳐진 저금리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꿈을 먹고 자란 기업들은 충격을 받는 과정에 있다. 돈이 넘쳐나던 시절엔 PER(주가수익비율ㆍ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이 높은 주식이라도 꿈과 상상력에 기반해 올라갈 수 있었지만, 유동성 축소기에 접어들면 꿈보다는 현실에서 돈을 벌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주가와 수익을 비교했을 때 이익이 주가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주가의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그 사실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팬데믹의 종료에 즈음해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냉혹한 경제 현실에 눈을 뜨게 했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인공지능(AI)과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신기술이 꿈의 새 세상을 열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전쟁을 계기로 우리는 현실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와 식료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아울러 생산의 기본인 원재료와 부품을 확보할 공급망이 생존의 기본임을 자각하게 됐다.

길고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터널을 나온 현실은 햇살이 가득한 낙원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화두는 전쟁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경기침체와 금융 불안 등 복합적인 키워드로 가득 차 있다. (취재본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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