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때 우리나라에 중국 투자 붐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1차 열풍은 2007년 상하이 증시 대폭등기때 일어났다. 당시 증권사들은 현란한 이름으로 치장된 펀드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팔았다. 여의도에서 '미차솔', '봉차' 모르면 간첩 소리 들었던 때다. 상하이종합지수가 6천124.04까지 오르는 동안 중국 펀드 가입자는 나날이 늘었다. 그러나 그때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중국 증시가 그 후 속절없는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때 기록한 상하이지수 사상 최고치는 15년이 넘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2014~2015년엔 중국 주식 직접투자 열풍이 불었다. 그해 11월 후강퉁(邑港通.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 교차투자)이 개통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중국 경제가 날로 성장하며 미국에 대항할 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기대가 컸던 시기다.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G2라는 말이 신문 지상을 휩쓸고 있었고, 일부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이 될 것이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 데이터를 제공하며 개미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중국 주식 직접투자 유행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중국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투자자들도 중국에 등을 돌렸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미ㆍ중 무역전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국 주식시장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3천500선 아래에서 짓눌렸다. 그렇게 중국 증시는 또 한 번 투자자들에게 잊힌 존재가 됐다.



상하이종합지수 월봉차트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해외주식 열풍이 불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부자들의 주식 쇼핑목록에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주식과 ETF가 담기기 시작했다. 작년에 부자들 사이에서 해외펀드 중 가장 인기 있는 펀드는 중국 펀드였다고 한다. KB금융의 2021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선호하는 펀드를 지역별로 따져봤더니 중국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억 이상의 부자들 중 44.7%가, 30억 미만의 부자 중 37.5%가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 미국(30억 이상 25.0%, 30억 미만 32.5%)보다 중국에 투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고액자산가들을 상대하는 PB들은 올해 초 미국과 유럽보다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 이후 2년간 너무 많이 올라서 추가 상승의 여력이 없고 금리 인상의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돈줄 죄는 미국과 달리 경기부양의 여력이 있는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미국에 내리는 폭우를 피해 중국으로 피신하라는 논리인데, 올해 중반을 지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면 완전히 빗나간 예측이 됐다.



작년 9월 이후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올해 초 3,600포인트에서 시작한 상하이 종합지수는 13일 현재 3,054포인트로 밀려 약 15% 추락했다. 미래를 내다보며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은 3월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제시했으나 이 목표를 달성할지 의문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상하이 봉쇄와 베이징 봉쇄가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 4.8%로 선방했으나 봉쇄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2분기부터는 성장률 쇼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4월 한 달간 3.9% 증가하는 데 그쳐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거시경제 데이터는 주식시장에도 계속 반영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가치의 추락도 중국 증시에 부담이다.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때도 위안화 평가절하 이슈가 따라다녔다. 통화가치의 하락은 중국 경제에 적색 경고등이다. 이래저래 중국 주식 투자자들에겐 또다시 가시밭길이 열린 셈이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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