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大·빌게이츠재단도 수천만弗 손실…큰손들 저가매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기대감을 모았던 쿠팡의 주가가 끊임없이 밀리면서 주요 해외 연기금과 대학 기금도 대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나스닥이 공시하는 기관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이날 현재 쿠팡에 투자한 기관은 총 393곳으로 집계됐다.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한 쿠팡 지분은 총 87.80%였으며 총 지분 가치는 185억8천90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이번 분기 들어 쿠팡 지분을 모두 정리한 기관은 72곳이었고 신규 진입한 곳은 55개 기관이었다. 해당 자료는 기관투자자들이 분기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는 13F 보고서를 취합한 것이다. 올해 1분기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은 기관투자자는 작년 4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전문 자산운용사나 투자은행, 패밀리오피스이지만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워싱턴대학교 등 연기금과 대학기금도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쿠팡의 주가가 한창 하락하는 와중에 투자했던 만큼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MIT는 쿠팡 투자액이 총 8천억원에 육박할 만큼 비중이 컸지만 진입 가격은 높아 손실액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MIT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쿠팡에 투자했다. 작년 4분기 말 기준 내재 가격은 주당 29.38달러, 총 지분 평가액은 4억7천590만달러(약 6천80억원)였다. MIT의 포트폴리오에는 15개 미국 주식이 담겨 있는데 그중 쿠팡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호의적인 시선이었다.

이 같은 낙관론은 쿠팡의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와중에도 이어졌는데 그것이 또다른 패착이었다. MIT는 첫 투자로 이미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에서 단 한 주도 팔지 않고 올해 1분기 '물타기'에 나섰다. 총 1억8천819만달러를 투입해 쿠팡 주식 781만6천529주를 평단 17.68달러에 매입한 것이다.

작년 4분기 MIT의 쿠팡 지분 가치는 올해 1분기 평단 기준으로 이미 약 2천370억원 손실이 난 상황이었다. 여기에 MIT가 쿠팡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총 지분 가치는 1분기 말 4억2천458만달러가 됐다. 작년 4분기 말 대비 10.78%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쿠팡의 주가가 2분기에도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쿠팡은 전날 12.60달러로 작년 3월 상장 당일의 역대 최고치 69달러와 비교해 4분의 1토막이 났다. MIT의 1분기 말 평단 17.68달러 대비 29% 급감한 수치다.

MIT가 1분기 말 이후 지분 변동이 없었다면 총평가액은 3억달러 수준까지 감소했다는 뜻이다. MIT가 쿠팡에 쏟아부은 투자금 6억1천409만달러(약 7천851억원)가 1년도 안 돼 반토막이 난 셈이다.

해외 커뮤니티에선 MIT가 쿠팡을 너무 낙관적으로 평가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며 MIT 테크놀로지리뷰가 올린 트위터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리뷰의 쿠팡에 대한 평가

 

 

 


MIT만큼은 아니지만, 워싱턴대학과 캘퍼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워싱턴대학은 1분기 말 기준 쿠팡 주식을 1억831만달러어치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4분기 말의 1억5천960만달러 대비 지분 가치가 32% 급감한 수준이다. 워싱턴대학 또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쿠팡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만큼 제일 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올해 1분기 말 기준 쿠팡의 주식을 약 1억달러어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 가치는 작년 4분기 대비 약 6천600만달러 감소했다.

캘퍼스는 올해 1분기 쿠팡에 신규로 투자했고 지분 가치는 1천370만달러였다. 뉴욕주 연금펀드도 신규로 쿠팡 주식을 매입했고 1천만달러로 지분 가치를 평가했다. 이들 또한 2분기 쿠팡의 주가 하락을 겪으면서 지분 가치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쿠팡의 주가 급락이 길어지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주요 투자기관도 있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1분기 지분을 76% 더 늘리며 쿠팡 지분 가치를 17억2천977만달러(약 2조2천억원)까지 확대했다.

테슬라 투자로 대박을 터트렸던 영국계 베일리 기퍼드도 마찬가지로 올해 쿠팡 주식을 더 매입한 끝에 지분 가치가 13억9천393만달러까지 증가했다.

 

 

 

 

 

 

쿠팡 상장 후 주가 추이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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