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지방선거 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태풍권역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지선 승리 직후 내놓은 "경제활력을 되살리겠다"는 말보다 훨씬 강한 단어 선택이다. 태풍을 말하면서 '위기'라는 단어도 함께 끼워 넣었다.

올해 들어 심각해진 고환율과 무역적자, 고물가로 인한 각종 경제부작용, 재정건전성 이슈, 고유가로 인한 산업경쟁력 훼손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이슈가 없다. 고환율과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시대로 걸음을 옮겨야 하는 길목에 서 있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갖고 통합된 국론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3년간 한국의 무역수지(붉은색)와 달러-원 환율(파란색)의 추이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은 우리만 가진 건 아니다.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모르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비상국면에 서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한술 더 떠 "경제 허리케인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1주일 전 "폭풍우 구름(storm cloud)이 오고 있다"고 말한 것보다 더 강한 위기의식이 담겼다. 현재 상태가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작은 폭풍일지, 슈퍼폭풍일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것이다.

이번 경제 위기론의 핵심은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코로나 이후 나타난 유동성 회수다. 우크라이나에서 포성이 울린 지 100일이 지났지만, 종전의 기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의 고통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의 작동 논리였던 '세계화(globalization)'의 종말을 야기해 앞으로 경제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진영을 떠나 서로 이익이 되면 연결했던 공급망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갈라지게 됐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 나라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공급망을 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친구와 적의 관계가 모호했던 프레너미(Frenemy)의 시대에서 친구끼리 공급망 동맹을 맺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의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연준의 양적 긴축(QT)과 금리 인상 행진은 주기적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할 것이다. 코로나 때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을 회수해야 하는 일종의 청구서인데, 쉽게 중단하기 힘든 이슈가 됐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이례적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만났다. 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인데, 바이든의 행보를 감안할 때 미국의 유동성 회수 속도는 적어도 11월까지는 늦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나비효과는 전 세계 유동성 축소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예정된 2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 모색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위기는 어떤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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