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5.4%로, 지난 2008년 8월 5.6% 이후 약 14년 만에 최대치다. 문제는 6월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예측은 원자재가격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수입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이것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인플레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적인 서술이 가장 그럴듯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논리적인 요인보다는 매우 간단한 기술적인 요인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 바로 기저효과(base effect)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란 1년 전 같은 달의 물가 수준(지수)을 비교하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다. 즉,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는 2022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107.56p)가 2021년 5월 소비자물가지수(102.05p)보다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가율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란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 및 서비스 458개 품목의 지출 비중을 가중치로 하여 2020년을 100p로 기준치로 삼아 표준화한 지표다. 따라서 아주 이례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물가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상승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2021년 4월에서 6월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흐름이 이례적인 사례가 됐다. 이 기간에 소비자물가지수는 거의 상승하지 않고 횡보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 흐름을 탄 시점은 7월부터다. 그 기저효과가 이번 5월 상승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21년 및 2022년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여기서 물가에 관한 세가지 정도의 이슈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피크가 과연 언제일까 하는 점이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고점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4월에 소폭 하락하면서 3월 고점론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흐름을 볼 때 상승률 정점은 아마 6~7월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이때 전년 동월 대비 6%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다행스럽게도 하반기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또 다른 큰 충격이 없는 한 물가 상승률(물가지수가 아니라 물가상승률)은 역(逆)기저효과 영향으로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두 번째 이슈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에 관한 논쟁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높을 것이라는 가정이라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7월 13일)의 결정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이때에는 5월과 6월의 높은(아마 역대급으로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준금리 변경의 주된 준거지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능성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미국 연준처럼 '빅 스텝(big step)'이 나올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물가 안정' 이외에 다른 답은 없다. 기준금리를 결정한 이후 한은총재의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물가 이외 경제성장률,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환율 등의 다양한 경제변수를 고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앙은행의 정체성은 물가 안정에 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으나, 인플레의 주된 책임은 중앙은행이 질 수밖에 없다. 7월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아마 언론들은 5%대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꽂혀 연일 인플레이션 이슈를 들고나올 것이다. 기사는 물론 세객(說客)들의 논평이나 사설까지 너도나도 고물가 때문에 한국 경제가 망한다고 할 것이고, 한국은행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냐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 것이다. 과연 그러한 여론의 달갑지 않은 관심을 이겨내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동결이나 '베이비 스텝(baby step)'을 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진다.

셋째, 새로운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다. 앞에서 예측된 인플레이션 경로는 남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 하향 안정화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나리오가 있다. 바로 고물가의 고착화 가능성이다. 우선 안정화란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는 것이지 물가 수준이 낮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즉, 지금 예를 들어 리터당 2,000원에 가까운 기름값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해야 하지만, 최근 시장 여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만약 물가 수준 자체가 높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제주체들이 그 수준에 익숙해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한 번 높아지면 그동안 실제 물가를 상승시켰던 원인들이 사라져도 관성이 작용해 상당 기간 고물가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새로운 인플레이션 사이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인이 바로 임금 인상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물가가 다 올랐는데 자신의 월급만 제자리걸음이라는 현실이 개탄스러워진다. 그래서 임금이 높아져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될 것이다. 우선은 일부 산업 내 임시·일용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임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말과 내년 초에는 대부분 기업에서 임금협상이 진행돼 큰 폭의 임금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이러한 임금 상승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새로운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시작하게 된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은 해외요인인 수입물가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멀리는 내년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그 원인은 국내 요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임금 상승은 그렇다 하더라도 기대인플레이션만큼은 높아지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도 재정정책을 책임지는 행정부도 성장과 물가 모두를 고려하는 듯한 애매모호한 수사(예를 들어 정책조합 등)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에 더욱 주안점을 둔 경제정책기조가 필요해 보인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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