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분기 들어 국고채 금리가 10년래 최고치를 다시 쓰며 급등하자 그간 채권에 심드렁했던 연기금 및 공제회에서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현재 국고채 금리가 3.5%를 넘어섰는데 이 정도면 조달금리와 이자율을 생각해야 하는 연기금 입장에선 매력적인 가격대라는 이유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연기금의 운용역은 다른 공제회의 운용역으로부터 "괜찮은 채권 브로커가 있으면 소개 좀 부탁한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채권을 매입하고 싶은데 그간 채권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네트워크가 얇아졌던 터라 도움이 필요해진 것이었다.

연기금 업계에선 이같은 전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 환경이 형성되면서 채권의 인기가 시들했었는데 이제 국고채마저 3.5% 이상의 연이자를 제공하게 되자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던 공제회들이 연기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채권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 운용계획상 채권의 목표 비중은 정해져 있지만, 이탈 허용범위도 있는 만큼 채권을 더 담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최근에 국고채 10년물이 3.8%까지 튀었고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를 생각하면 4%까지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국고채 10년물을 사면 앞으로 10년간 안정적으로 3% 후반의 연이자가 보장되는데 이 정도면 사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도 국고채 장기물은 금리가 3.5~4% 이상 올라가기 힘들곤 했는데 이 가격대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연기금이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연기금과 공제회가 여기저기 채권을 알아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제회는 매년 조달금리 이상으로 수익을 내야 하고 목표수익률은 그 이상으로 잡고 있다. 주요 공제회 중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올해 목표수익률이 3.7%,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4.1%다.

올해 초까지 채권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매력적이지 못했으나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달 들어 국고채가 3년물부터 10년물까지 모두 3.8%를 돌파하며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리 말하면 국고채가 10년래 최저가를 찍었다는 것인데 저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가격대로 발행되는 국고채를 사두면 적어도 채권 부문에선 목표수익률의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 장외 채권시장에서 연기금은 이달 들어 공격적으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주체별 채권 거래종합 화면(화면번호 4556번)을 보면 연기금(기금·공제)은 6월 들어 전날까지 채권을 3조1천4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월간 기준 채권을 3조원 이상 순매수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국고채만 2조6천억원어치 순매입할 정도로 공격적인 포지션이다.

연기금은 작년 9월 채권을 4조3천884억원어치 순매수한 이후 채권 시장에서 조금씩 매입 속도를 늦춰왔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튄 데 따른 경계심이었다. 올해 2월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채권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고채 금리가 10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4%선을 바라보자 연기금도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올해 초까진 채권금리가 조달금리보다 현저히 낮아 채권을 외면했고 구조화채권만 검토했는데 이제는 국고채도 살 만한 가격대가 된 것 같다"며 "어차피 채권은 '바이앤드홀드' 전략이니 지금 사도 나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투자금융부 진정호 기자)

올해 국고채 10년물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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