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드디어 경기 냉각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의 운임이 하락세를 보였다. 화물운송 가격 서비스 업체 프레이토스의 해상 운임 지수(FBX)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는 컨테이너 2TEU(40피트짜리 표준 컨테이너 1대)의 현물 운임은 8천934달러(약 1천158만원)를 기록해, 이달 들어 17% 떨어졌다. 중국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으로 인한 봉쇄가 풀리면 해상 물동량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미국 쪽에서 소비 둔화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주말에 발표된 미국의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50.0으로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프레이토스발틱지수(Freightos Baltic Index) 추이(2017년부터)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추락하는 비극이 펼쳐졌지만, 뉴욕증시는 크게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8%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06%, 나스닥 지수도 3.34% 상승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GDP) 전망치를 지난 4월의 3.7%에서 2.9%로 대폭 깎고, 내년을 기존 2.3%에서 1.7%로 하향한 소식도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물론 IMF가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는 가까스로 침체는 피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여파도 있지만, 악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면 시장의 막연한 기대가 다시 꿈틀댄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나쁜 소식을 호재로 둔갑하는 희망 회로의 가동은 경기 둔화의 가시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추이
검정(월별), 파랑(3개월 이동평균)






지금 연준은 인플레 파이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 목표치를 28년 만에 75bp(100bp=1%P) 인상한 데 이어 7월에도 똑같이 '자이언트 스텝'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경기가 급속 냉각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지금 시장의 기대보다 약해질 수 있다. 경기 둔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이 누그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6월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은 소폭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게다가 한발 더 나아가 공격적인 긴축정책 탓에 침체가 빨리 닥친다면 연준이 결국 방향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2008년, 2020년 경기가 급냉각될 때마다 연준이 대량의 유동성 공급을 하면서 경제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을 봐왔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들
파랑(미 5년 BEI), 연두(미 10년 BEI), 빨강(미 PCE)






여기서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한 발 더 나갔다. 올해 하반기에 연율 물가 상승률이 9.4%에서 4.2%로 반 토막 날 것이라며 불황이 없다면 현재 위험자산 가격은 너무나 싸다는 주장을 폈다. 현재 투자자들이 전망하는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위험자산이 상반기 입은 손실 대부분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해서 꺾인다는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낙관 편향적인 진단이 아닐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침체 가능성이 50%에 육박한다고 호들갑을 떨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극에 달하면 반대로 전환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처럼 인플레이션도 영원히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나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갈등, 유럽의 에너지난 등의 굵직한 여건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막연한 희망 회로 가동이 되려 희망 고문이 될까 아직 조심스럽다. (투자금융부장)



미국의 경기 상황 보여주는 세 가지 경제지표 추이(2017년부터)
파랑(시카고 PMI), 분홍(필라델피아연준지수), 녹색(미시간대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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