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투자자들은 요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었다"라고 할 정도로 힘든 지경이다. 채권, 주식, 가상화폐의 가격 내림세가 계속 예상을 벗어나고 있어서다. 지금껏 하락은 아무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생긴다. 현재 가격이 바닥 근처에는 도달한 것인지 판단하고 싶지만 기댈 만한 여건 변화나 징후가 없어서 불안하다. 국내, 해외 시장 어디를 봐도 시계는 뿌옇다. 일단 이달 13일 한국은행과 27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또 이 일정을 잘 넘기더라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경기 침체(Recession)의 공포는 조바심을 더 부추긴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리는 시기다.

개인뿐만 아니라 많은 경험과 집단 지성까지 갖춘 전문가 집단도 지금은 마찬가지다. 인포맥스의 금융시장 월간전망(3003 화면)에서 집계한 증권사들의 7월 코스피 전망치 하단 최저치는 2,200, 상단 최고치는 2,550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490과 2,800이었다. 올해 1월에 2,610과 3,330이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비관적 전망은 계속 갈아치워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도 기업 실적이 15% 감익된다는 전제로 코스피 하단을 2,100까지 낮춰 잡았다. 대신증권은 내년 1분기까지 코스피 하락 추세가 계속되며 하단을 2,050선 전후로 추정했다.



인포맥스 금융시장 월간전망 화면(3003)






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 당시 주어진 여건과 알려진 변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늘 생기는 미래에 들어맞는다는 게 어렵다. 그래서 외부에 누구를 원망하거나 시장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앞서 폭락 장을 여러 번 경험한 투자 귀재들이 남긴 명언을 찾아보는 것이 앞으로 심리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2년간 금융시장의 상승장에서 여러 성공을 거뒀던 개미 투자자들이지만 지금은 진짜 자기 실력을 알고 강제로 겸손해졌다.

대표적으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미래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장기 가치 투자자에게 친구'라는 말을 남겼다. 또 '다른 사람이 탐욕을 부릴 때를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가지라'는 뜻의 말도 했다.

피델리티운용에서 마젤란 펀드를 운용한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는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1월 눈보라만큼이나 일상적이다. (중략) 주가 하락은 공포에 사로잡혀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는 투자자들이 내던진 좋은 주식을 싸게 살 기회이다'라고 말했다.

둘 다 지금 상황에 빗대어 곱씹어 볼만 하다.

뼈 때리는 통찰을 주는 경우는 버핏의 동료 찰리 멍거가 있다. '사람들은 똑똑해지려고 애쓰지만 나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근데 그게 생각보다 힘들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R의 공포로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면서 버틸 체력이 크게 차이 나는 유로존 국가들의 분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상은 더 어지러워지고 증시 약세장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불안과 압박감을 떨쳐내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는 게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괴력이나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춘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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