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노란 우비를 입은 사람이 비를 맞으면서 바다를 쳐다보고 있는데, 수평선 위로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이는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사진의 하단에 있는 제목은 'Facing Darkening Economic Outlook: How the G20 Can Response'이다. 지금 국내외 가장 큰 현안이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물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와서는 안 될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경기 침체다. 코로나 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그럭저럭 적응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쇼크가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침체의 공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사진출처 : IMF 홈페이지

 

 

 


과거의 예에서 보면 경제 위기는 몰려서 오는 경향이 있다. 외환위기에 이어 닷컴 버블이 붕괴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에는 카드채 사태가 터졌다. 금융위기에 이어서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그 와중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기도 했다. 선행위기인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금융시장·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리면서 그 조정 과정에서 후행 위기들이 나타난다. 이번에도 코로나 위기라는 선행위기에 이어지는 여러 후행 위기의 모습이 발견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포함된 인플레이션 쇼크와 이어지는 경기 침체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언급되는 동시다발적인 위기의 병행을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이 아니라 일련의 순차적인 위기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아마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순간 지금의 인플레이션 쇼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징후는 뚜렷하다. 현재 가장 펀더멘털이 견고한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 경제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소비 부문의 부진이 지속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6월 소매판매가 전기대비 1.0% 증가한 것을 두고 소비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5월의 -0.3%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7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잠정치)는 51.1포인트로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던 2020년 상반기 무렵의 70포인트대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유럽의 상황도 비슷하다. 유로존의 5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2%로 비록 3월과 4월의 감소세에서 벗어났지만, 미약한 수준이다. 여전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로존의 소비심리는 추락 중이다.

신흥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재정여력이 고갈된 상황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로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를 끌어안고 있다. 대다수 국가가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지구상 거의 유일하게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면서 지역 봉쇄와 해제를 반복하며 경제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0%대(0.4%)로 주저앉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IMF가 지난 4월 예측했던 2022년 경제성장률은 3.6%로 불과 6개월 전인 작년 10월의 예측치 4.9%에서 1.3%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또 7월 26일에 발표되는 전망치는 여기에서 더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타이밍이다. 대다수 국가의 경기 저점은 코로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2020년 2분기 경이다. 이후 바닥을 찍고 올해 초반까지 주요국 경기는 회복과 상승 국면을 지속하였다. 즉 2년 동안 경기 확장국면에 있었으니, 경제는 조그만 계기나 충격에도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촉발시킨 이벤트가 바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두 번째 원인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수축적 통화정책이다.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을 회수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금리 인상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금리 인상은 후유증을 남긴다. 아무리 중앙은행과 재정당국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도, 또 각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공조에 나서도 부작용이 없는 금리 인상은 있을 수 없다.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내수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마지막 원인은 기본적으로 코로나 위기의 영향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통상의 평범한(?) 위기라면 인플레이션 쇼크나 국지적 전쟁의 충격을 감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여력은 점점 고갈되고 있다. 그래서 경제의 내구성과 회복력이 너무 취약해져 있다.

다행히 앞으로 직면하게 될 경기침체의 강도는 코로나 위기 당시만큼은 아닐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선행위기의 충격을 넘어서는 후행위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정도라는 것이 거시 경제성장률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3.1%보다 높다는 것일뿐 실제 체감하는 침체의 강도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1파인 코로나 위기와 2파인 인플레이션 쇼크로 연타를 맞은 한국 경제가 과연 3파를 버텨 낼 수 있을까. 최선의 정책적 대응을 모색해야 하는 순간이다. 우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중첩되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플레이션 쇼크를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를 잡겠다고 한국은행이 빅스텝까지 동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금리를 인상하면서 유동성을 회수하되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안 된다. 시장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 부채를 연착륙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한계부문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통상적인 경제상황에서 할 일이다. 빚투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채를 짊어진 계층을 벼랑으로 내모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금리를 완만하게 올리되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의 유연성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은 3분기까지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3분기 무렵부터는 물가상승률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하락 압력을 받는 가운데 수출 경기가 둔화하면서 실물경제 전반에 이상징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소 과장되게 말하면 향후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 쇼크는 상당 부분 완화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곧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국면 대응에 무게중심이 실려야 한다. 지출은 확대하고 세수는 축소해 민간이 버틸 힘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침체의 징후가 뚜렷하다면 내년 예산도 확장적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내년 언제쯤 통화정책도 금리 인하 기조로 갈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가져온 충격의 여파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한탄할 일이 아니라, 민간도 정부도 어렵지만 극복해낼 수 있다는 확신과 의지가 필요한 순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