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이달에만 5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외국인 자금 유입에도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21일 시중금리 상승에 증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증시 예탁금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매크로 환경상 상승 모멘텀을 발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증시 유동성까지 줄자, 코스피 상단이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투자자예탁금은 53조4천9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 58조7천382억 원에서 약 5조2천423억 원이 감소한 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53조 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1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6월 들어 코스피는 급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6월 한 달간 코스피는 마이너스(-)13.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주요 증시 중 3번째로 가장 저조한 기록이기도 하다.

연초 이후 코스피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이달에 외국인이 코스피에서만 1조1천190억 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하자, 코스피 역시 2.32% 반등했다. 하지만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각각 9.1%, 11.3% 상승을 기록하며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투자 심리 역시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금이나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증시 부진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기도 했고, 시중 금리 상승에 기대 수익률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 잔액은 작년 말보다 74조4천억 원 증가한 2천210조5천억 원으로, 이 중 저축성 예금 잔액은 40조5천933억 원 늘어난 1천470조6천5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수요도 크게 늘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시장별(화면번호 3304)에 따르면 연초 이후부터 6월까지 개인은 3조8천254억 원가량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달만 개인은 1조2천981억 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꼽을만한 요소가 없어 높아진 이자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증시 자금을 빼고 있다"며 "(증시 대기 자금은) 상승 국면에서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만큼 상승 동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형 상품이나 예금으로 자금이 크게 쏠리기도 했다"며 "수익률 측면에서 증시에 대한 기대가 떨어져 주식에 자금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투자자들이 여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증시 상승 모멘텀이 나타날 경우 급감했던 유동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최유준 연구원은 "가격 메리트 등이 발생한다면 다시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면서 "고점에서 사들인 투자자들이 워낙 많아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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