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달러의 초강세는 예전만 못한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미국을 전 세계가 다시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미 달러로만 주로 이뤄지던 원유 거래의 통화의 다변화,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미국 '슈퍼 파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지만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벌어지는 외환위기 성격의 경제난은 달러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달러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심어줬던 가상화폐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테라 사태 등으로 인한 신뢰 훼손으로 각국의 우선 규제 대상이 되면서 거의 혼수상태다.
달러 강세는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달러를 보유할 매력이 높아지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원화 약세 상황 타개에 심리적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도 정황상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달러 강세의 위력에 속수무책으로 계속 끌려다니기만 할 것인가다. 큰 조류에서 홀로 이탈해서 원화 가치만 큰 폭으로 상승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단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원화 가치의 안정성에 대한 내외부의 공감대 형성은 필요해 보인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매력도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성장률(GDP) 전망치의 하향에 나섰는데 국가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선진국은 기존 3.3%에서 2.5%로 대폭 낮췄지만, 신흥국은 3.8%에서 3.6%로 소폭이었다. 특히 미국이 3.7%에서 2.3%로 미끄러지는 와중에 한국은 2.5%에서 2.3%로 미미했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이 1%, 유로존이 1.2% 등으로 선진국이 1%대로 회귀하지만, 한국 2.1%, 중국 4.6%(올해 3.3%)로 올해와 비슷하거나 개선될 여지가 큰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의 회복은 우리 기업에 긍정적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에 호응해 기업 활동의 활성화에 집중할 때다. 이러면 성장 매력도가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이고, 국내 증시에서도 이탈은 줄고 유입이 촉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교우위의 성장 확보가 환율 안정의 정석이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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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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