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당시 월별 신용카드 연체율

2000년 이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변화

(서울=연합인포맥스) 디레버리지(부채 축소)의 시대다. 유동성 파티는 끝나고 주식과 코인,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침체기로 들어섰다. 호시절은 지나갔고, 혹독한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다. 자산 가격 하락과 부채축소가 서로 맞물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탐욕과 공포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슈다. 저금리 시대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내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하지만, 고금리 시대엔 그 레버리지가 공포로 돌변하기 마련이다. 역사상 금융위기의 출발은 과한 레버리지에서 연유된 적이 많았다.

디레버리지의 충격은 가혹하다.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 그 충격을 경험했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들로부터 시작됐다. 빚을 갚지 못한 집주인들은 주택을 포기했고, 그 부실은 은행들이 떠안게 됐다. 모기지와 연계된 파생상품이 줄줄이 부실화되며 대형 금융위기로 번졌다. 이름도 모를 레버리지를 활용한 상품들의 가치가 녹아내리며(멜트다운) 부채로 지탱한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켰다.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2차, 3차 충격이 가해지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태풍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이 사태의 배경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 주도로 2004년부터 2년 넘게 지속된 금리 인상 행진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뼈아픈 기억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불러온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들의 부채가 문제였다. 동남아시아에서 빌려 온 단기외채가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90년대 중반의 호황기에 기업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를 늘렸으나 경기 위축과 맞물려 과다한 차입금이 독이 된 것이다. 디레버리지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재무구조 악화 속에 연쇄 부도를 맞고 국가적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2000년대 초 발생한 카드 대란도 아픈 손가락이다. 소득 없는 대학생들은 물론 미성년자까지 카드 발급을 받아 소비를 늘렸던 시기다. 국민 1명당 4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카드론은 기본에 A 카드의 빚을 B 카드로 갚는 돌려막기도 유행했다. 채무를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들이 늘어나면서 카드사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들이 발행한 카드채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채권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문제는 빚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천조원이고, 가계부채는 2천조원이다. 국가채무는 역대 정부의 재정투입이 계속되며 급증했고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이 늘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디레버리지 시대에 우리 경제에 위험한 고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과 우리나라의 빅스텝 금리 인상은 부채에 대한 부담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과정에 금리마저 오르면 버티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적 위기까지 비화하진 않더라도 금융시스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해외 투기세력들의 시선은 신흥국의 약한 연결고리를 공략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역대 글로벌 금융위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빠진 적이 없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도 그렇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그랬다. 이번에는 어떨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최종적으로 진압될 때까지 금리 인상에 올인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부채에 의지해 올랐던 자산 가격은 부침을 거듭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신흥국이 여럿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과거 이런 말을 남겼다.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취재본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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