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7월 무역수지가 46억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14년 만에 넉 달 연속 적자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상황이 이어지고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입 규모가 커진 탓이다. 수출입을 통한 대외 의존도가 막대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150억달러를 넘어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다. 지표의 추이를 보면 심상치 않다.

물론 수출 실적만 놓고 보면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다. 7월 수출은 607억달러로 1년 전보다 52억달러나 늘었고,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천112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수출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원자재와 중간재의 수입 가격이 폭등한 탓에 전체 무역적자 규모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서 국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지고 있고, 무역적자 확대는 달러-원 환율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멈추길 기대하는 '기우제'를 지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출은 여전히 잘 되고 있다고 위안을 삼을 일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제1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삐걱거리고 있다는 점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대(對) 중국 수출부터 보자. 7월 대중 무역수지는 5억7천만달러 적자였다. 5월과 6월에 이어 석 달 연속 적자다. 1992년 10월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달 24일이 되면 중국과 수교한 지 딱 30주년이 된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에겐 엄청난 기회의 땅이었다. 실제로 30년간 양국 간 교역량은 47배나 급증했고,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구조적 교역 변화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지만, 이미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대중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을 해 버렸다. 정말 그럴까. 대중 수출액 비중은 지난해 25.3%에서 올해 23.1%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중국이 맡아주고 있다. 과거와 같은 호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교역국임은 틀림없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미국 주도의 전략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베이징 등 지역 봉쇄 영향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은 더욱 심각한 변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말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중국 경제는 '꼬라박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제1 교역국을 상대로 한 평가치고는 말이 거칠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측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은 각각 4.4%와 4.3%로 본다. 글로벌 주요 투자 은행들은 3% 중반대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9%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둔화 상황임이 틀림없다. 중국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간 이동 제한을 푸는 정책 등을 통해 경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 하방 위험은 여전히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 경제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한다면 대중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는 물 건너가고, 대중국 수출 비중을 고려할 때 전체 무역적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중국 수출 부진에 더해 반도체 수출 증가세 둔화 역시 부정적 시그널이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2억달러로 7월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한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6월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심상치 않다. 주요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지만, 중화권 경기둔화에 따른 악영향도 작용한 측면이 있다. 경기 둔화에 따른 컴퓨터와 디스플레이, ICT, 가전 등의 수요 감소는 결국 반도체 수요의 둔화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PC 및 모바일 기기에 대한 수요감소는 디램과 낸드 메모리 출하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을 통해 삼성전자의 실적도 둔화할 것이라고 봤다. 중국과 반도체, 여전히 한국 수출과 경제의 핵심 변수다. 수출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할 핵심 고려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대중국 통상 전략의 급격한 변화는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수출 판로 개척과 시장 다변화 못지않게 남는 장사를 하던 시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국 수출 호황은 끝났다'고 퉁칠 일이 아니다.

(기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쿰파니스는 라틴어로 '함께(cum)'와 '빵(panis)'이 합쳐진 말로 동료나 친구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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