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해 큰돈을 벌어 유명해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지난 2분기에 보유하던 미국 주식을 대부분 처분한 게 화제다. 이번에 매도한 주식 대부분은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NAS:META)와 알파벳 A(NAS:GOOGL), 애플(NAS:AAPL) 등이었다. 주가 하락기에도 꿋꿋이 버티고, 반등할 때는 다른 종목보다도 크게 튀어 오르는 주식을 버린다는 것은 과감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미국 금융시장과 경기에 대한 비관론을 편 것으로 유명한 버리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무엇을 보고 이렇게 행동한 것일까.



올해 들어 애플 주가 추이






버리는 그동안 수요 감소가 선행돼야 수십 년 만에 나타난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멈추어 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경기 둔화가 필수라는 논리다. 또 그동안 10년 이상의 과도한 강세를 누려온 글로벌 증시가 1년도 안 돼서 회복한 것에 대해서 비판해왔다. 금융시장도 제대로 된 회복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시장은 버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버리가 처분한 애플은 주가가 연초 183달러에서 6월 중순 129달러로 내렸다가 최근 174달러로 회복했다. 알파벳 A도 2월 148달러에서 7월 105달러로 떨어졌지만, 현재는 120달러다.



올해 들어 알파벳 A주가 추이






버리와 시장은 일단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만 정반대로 반응했다. 둘 다 경기 둔화를 예상하지만, 버리는 주식을 내다 판 반면 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통화정책이 내년 선회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며 주가를 띄웠다. 시장이 낙관 편향성에 빠진 것은 아닐지 의심해볼 대목이다. 실제 지뢰가 곳곳에 있다. 최근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 목적이라기보다는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조치로 풀이됐다. 국내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연 2.90%로 오르며 주담대 금리를 6%대로 진입시켰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 추이(%)






앞으로 경기 둔화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 침체가 얼마나 길지는 모른다. 연준이 언급한 대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건강하지만, 고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정책금리를 내릴 정도로 안 좋은 중국에서 기업이나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거나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에 타격을 주는 신용 위험이 터질 것인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금융당국의 제일 과제로 유동성 관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을 꼽았고, 올해 말 혹시 있을지 모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클 버리가 본 미래가 현실이 될지 시장의 낙관론이 옳을지 궁금해지는 시기다. (투자금융부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 쇼트'의 한 장면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마이클 버리 역을 맡았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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