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모멘트] 치솟는 물가에 서민 부담 증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1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채소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로 신선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작물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8.21 hama@yna.co.kr

[모멘트] 한강 수위 급격히 상승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간밤 폭우 등으로 인해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한 9일 오전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와 통제된 올림픽대로 모습. 2022.8.9 [THE MOMENT OF YONHAPNEWS] pdj6635@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8월 한여름 서울과 수도권 전역에 내린 폭우는 우리의 삶에 큰 화두를 던졌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과연 안전을 담보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도심 한복판 주택가는 큰 침수 피해를 입었고, 소중한 인명도 휩쓸려 갔다. 영화 기생충의 현실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예측할 수 없는 블랙스완이 기후변화를 타고 그린스완으로 변색해 우리 앞에 나타난 셈이다.







이번 폭우는 도시뿐 아니라 농촌에도 많은 피해를 줬다. 한여름 햇볕이 필요한 시기에 때아닌 폭우를 맞은 농작물들의 수확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채솟값 상승 등 농산물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폭우의 피해를 봤지만, 유럽은 폭염에 시달리면서 농산물 가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 지역의 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앞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푸드 인플레이션의 구름이 지구촌을 덮은 셈이다.







기후변화는 정해진 미래다. 점점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선 가뭄과 폭염, 폭우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면서 식료품 가격의 불안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시대에 상시적인 식품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인플레이션 문제가 고착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요즘엔 바다의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열파(marine heatwave)도 이슈가 되고 있다.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 어류의 집 역할을 하는 산호초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의 생태계 파괴로 어족자원이 줄어들면 생선, 해조류 등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기후 변화가 우리 식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시대가 왔고 앞으로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젠 기후 위기라고 불러야 한다. 이는 생존의 위기다. 주거의 위기이고, 먹거리의 위기다. 이 때문에 십수 년 전부터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의 혜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로저스는 기후 위기로 지구의 식량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미래의 최고 유망 직업은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로저스의 말이 진지하게 와닿진 않았으나 최근 기상이변을 보면 그의 통찰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후 위기는 곧 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하고, 인플레이션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뒤흔들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게 되며 이는 기업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과정에 국민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생존의 위기로 가는 전 단계에서 우리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먼저 겪게 될 것이다. 경제 이슈에서 기후를 고려해야하는 뉴노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점점 더 명확해지는 기후 위기와 인류의 위기에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쉽지 않다.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하지만 현재 세계정세는 그렇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기후 위기에서만 협력을 모색하길 바라는 건 난센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 기후 위기를 의제로 협력하길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화합보다 대결의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그런 가운데 기후 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은 점점 흘러가고 있다. 인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취재본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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