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행정공제회가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구조화금융 시장 분위기를 점검한 결과 올해 우량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긴축 기조, 지정학적 불안 요인 등이 겹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등급이 낮은 CLO의 등급하향 문제도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조화금융 콘퍼런스에 참석해 시장 동향을 파악했다. 이 자리에서 블랙록, 보야파이낸셜, KKR, 베인캐피털 등 미국 운용사들을 만나 레버리지론 시장 및 CLO 시장의 현황을 점검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하반기 CLO 발행량 감소를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CLO 발행량 감소를 예상하는 원인 중 하나는 'AAA'등급 트랜치에 대한 수요 감소다.

AAA 트랜치는 지난달 말 기준 SOFR(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시하는 단기 기준금리)에 220bp를 얹는 수준으로 가격이 정해졌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AAA 트랜치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CLO 전체 발행량도 하반기 감소할 것으로 블랙록은 예상했다.

그린렌지 자산운용도 "시중 은행의 AAA 등급 트랜치에 대한 투자 감소로 스프레드가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CLO 시장의 거래 규모는 견고하지만, 유럽에선 지난 6월 CLO가 1건만 발행되는 등 매우 제한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보야파이낸셜에 따르면 금리 인상 및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올해 신규 CLO 발행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하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CLO 발행량은 역대 최대인 1천837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1천2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블랙록은 전망했다. JP모건도 900억~1천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 3년간 평균 수준이다.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대출(Leveraged Loan)을 묶어 이를 담보로 구조화한 상품이다. 보통 같은 등급의 AAA 회사채와 비교해 수익률이 약 1%포인트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저금리 환경이 갖춰지자 금리가 낮은 국채나 회사채 대신 CLO를 담으려는 수요가 지난 2년간 급증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일반 회사채 금리도 급등하기 시작했고 그만큼 CLO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CLO는 신용위기가 터지면 투자손실 위험이 큰데 경기둔화로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CLO보단 회사채의 안정성이 더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CLO 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으려면 AAA 등급 매수 기관이 시장에 언제 복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트리스 자산운용은 "AAA 등급 매수 기관의 시장 복귀 시점이 중점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는 등급 수준이 낮은 CLO의 등급 하향 문제도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보야파이낸셜은 "부도율은 향후 6~12개월간 눈에 띄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부도율 자체보단 B3나 B- 이하 등급의 등급 하향 추이와 경기순환(cyclical) 섹터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베인캐피털은 부도율 전망치가 소폭 상승하는 추이지만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기준으로 내년 예상 부도율은 1.5%, 2024년은 2%대를 전망했다.

KKR은 "시장은 현재 사이클 후반부이고 둔화 시기"라며 "예상되는 경기둔화 상황은 매출 및 영업이익 축소 관련으로 2020년에 셧다운 등으로 영업손실이 급증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대출(loan) 시장이 변동성이 커져도 회복은 꽤 빠를 것으로 운용사들은 기대했다. 지난 20년간 대출 자산군은 여러 차례 하락했는데 그 기간과 심각도는 다양했지만 다른 자산군과 비교하면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행정공제회는 밝혔다.

행정공제회는 "점검 결과를 요약하면 현재 CLO 시장 가격은 대부분 경기 및 기업의 펀더멘털 둔화 요인을 선반영하고 있지만, 수급 및 기술적 요인으로 가격이 추가 하락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이 일어나도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투자금융부 진정호 기자)

美 CLO 월별 누적 신규 발행 추이 - 연간 비교
<출처 : 런던증권거래소(LSEG) CLO 월간 보고서>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5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