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서울보증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서울보증보험이 주관사 선장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나온 공기업 IPO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는 있지만, IPO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썩 좋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민영화를 목표로 한 공기업 IPO인 만큼 기업가치 산정과 상장 시기를 유연히 조절하기 어려운데다 주관사가 얻어갈 수수료가 민간 기업의 사례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쳐 소위 '계륵'같은 딜로 여겨진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과 IPO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은 지난주 첫 미팅을 가지고 향후 상장 전략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렸다.

공모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기존 금융당국의 발표대로 예금보험공사의 보유 지분 중 10% 이상을 구주매출 하는 것 이외 신주 발행 계획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주관사단과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의 원칙을 반영해 '회수 자금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춘 기업가치와 구주매출 100%인 공모구조를 시장에 납득시켜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도 대기업의 우량 자회사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기존 대주주 또는 투자자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구주매출 비중과 공모가를 과도하게 높였다가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높은 배당성향을 '셀링 포인트'로 삼아 투자심리를 공략한다면, 구주매출 100%로도 상장에 성공하리라 전망했다.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위축된 상황이기에, 고배당주·리츠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은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이후 유통 가능한 주식의 비중이 적고, 주요 보험사의 평균 배당성향이 30% 안팎인 것에 비해 공적자금 회수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월등히 높은 수준(50%)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7년 상장한 ING생명 역시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로만 공모를 진행했다.

당시 ING생명은 다른 보험사보다 월등히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무기로 삼았는데,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와 맞물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구주매출 외에도 서울보증보험의 증시 입성 이후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점은 또 다른 복병이다.

예보는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이후 2~3년간 33.85%의 지분을 쪼개 매각할 계획인데, 이는 공모를 통해 시장에 내놓을 지분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보가 보유한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겠다 공표한 상황이라 상장 이후 2~3년간 오버행 우려는 피할 수 없다"며 "이를 감수하고 공모 기간에 들어갈 유인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과 구조 등 투자 매력도를 차치하고서라도, 그간 공공기업의 상장 시도가 외부의 정치적 변수로 무산된 점 또한 IPO 시도 자체를 무위로 돌릴 수 있는 큰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015년 한국거래소의 전례를 거론하면서 서울보증보험의 IPO 완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거래소가 지주사 개편 계획과 함께 상장을 추진했으나 당시 거래소의 상장 차익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이사장이 교체되며 사실상 상장이 무산됐다.

2017년 주관사를 선정하며 상장 계획을 구체화했던 한국남동발전은 실적에 직결되는 정산조정계수에 대한 의견 불일치 문제로 지연되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노후한 화력발전소를 운영 정지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보증보험 역시 이러한 과거 사례를 익히 알고 있는바,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소통을 능란히 조율할 수 있는지에 방점을 두고 주관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과거 한국남동발전, 인천공항공사, 기업은행, 지역난방공사, 산은금융지주 등 여러 공기업 IPO 주관 경력을 보유해, 정부를 상대로 한 소통 경험과 네트워킹이 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사는 서울보증보험이 무사히 증시에 입성하더라도, 딜을 통해 얻어들일 수입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에 민감한 공기업 딜 특성상, 양사가 통상 민간 기업에서 받아 온 수수료율보다 낮은 요율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공모액의 최대 0.5% 수준에서 수수료가 결정됐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통상 성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대어급 IPO에서 받는 금액(공모액의 1.5%)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gepark@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0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