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 대웅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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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인과 증권사 경영진의 파트너십은 자연스럽다. 자금 조달, M&A, 투자 유치 등 사업 전반에 필요한 솔루션을 가져다주는 증권사는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최적의 파트너다.

대웅제약은 SK증권이 경쟁사인 메디톡스에 대한 긍정적인 리포트를 쓰지 않기를 원했다.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은 무시됐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한데 모아 리서치센터의 신뢰성 회복을 주문한 게 반년 전이다. 금융당국의 압박도, 현실을 이기지 못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SK증권에 메디톡스를 '옹호하는' 리포트를 내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메디톡스의 실적이 발표된 뒤,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제시할 리포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7일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시했다. 국내 주요 리서치센터 중 유일하게 메디톡스를 커버하고 있는 SK증권이 제시한 예상치에 부합하는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담당 애널리스트는 실적과 발표된 자료를 토대로 리포트 작성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흔들었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법적 분쟁이 당장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이기에, 일회성 비용이 해소된 후 고마진 사업인 '톡신' 부문의 실적 흐름을 짚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웅제약이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SK증권에 공문을 보낸 뒤 메디톡스의 2분기 실적을 담은 리뷰 리포트는 '회사 내부 사정상'이라는 이유로 발간되지 못했다. 통상 발표된 리포트의 내용 수정을 요청하는 경우 회사의 IR실과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논의가 진행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증권사의 CEO를 한데 모아 시장 상황에 맞는 리포트를 발간해 리서치의 신뢰성을 제고해달라 주문했다. 현실적으로 리서치센터가 기관 및 개인투자자와 기업의 반발을 이겨낼 수 없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지난 6월 금감원은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관행을 개선할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지난달에도 금감원 부원장이 증권사 대표를 소집해 리서치 관행에 대해 짚었다.

금융당국이 리서치의 독립성을 주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리서치 관행이 처음 금융개혁 과제로 선정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다. 이듬해에는 자율규제안이 발표되며, 리서치센터와 관련된 현행 제도의 바탕이 마련됐다.

'말뿐인' 개입이 더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의 질서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이 리서치의 독립성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냄에도, 기업은 물밑 작업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리포트만 나갈 수 있도록 증권사를 누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움직임 이후에도 기업의 입맛에 맞지 않는 리포트를 발간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비상장이나 중소형 종목의 경우 커버하는 증권사가 많지 않아 리포트가 업계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를 불러놓고 금융당국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고 한들 '을'의 입장인 리서치센터는 관행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증권은 "대웅제약의 항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메디톡스 관련 리포트를 내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리포트를 쓰지 말라고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고, 최근 SK증권 경영진을 만난 적도 없다"며 "기업이 증권사의 리포트에 관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각 증권사의 리포트를 존중한다"고 반박했다. (투자금융부 박경은 기자)

ge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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