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성장률과 물가 등 대부분의 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금리인상 이후 유럽연합의 경제가치를 대변하는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패리티(1달러=1유로)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한 하방 압력을 받아왔다. 비록 최근 분위기가 호전돼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의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반등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로-달러 환율(청록색)과 네덜란드 TTF 기저부하용 가스(남색) 추이
연합인포맥스 경제종합화면(8282)




유럽연합의 중추인 독일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존의 물가는 8월 기준으로 9.1%를 기록해 유럽연합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주 유럽중앙은행(ECB)은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붉은선)와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 기대치(노란색) 추이
연합인포맥스 경제종합화면(8282)




유럽 경제의 고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파생된 에너지 가격 문제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상승과 천연가스값의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급등하고 이것이 경제 전반에 충격파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의 가스 가격 상한제에 반발해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올겨울 유럽지역 에너지 대란의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우리나라의 가스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향후 상당 기간 우리나라의 물가 불안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살구색)와 네덜란드 기저부하용 가스 추이(녹색)
연합인포맥스 경제종합화면(8282)




유럽 경제의 회복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안정을 위해선 전쟁의 종식이 최우선 과제다. 최근 들어 종전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살아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쉽게 종전까지 이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에너지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전쟁이 한번 나면 보통 3년은 간다. 양쪽 모두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지칠 때까지 대결한다. 그 기간이 보통 3년"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전쟁으로 시작된 탈세계화와 신냉전 구도가 이제까지 유효했던 경제구조를 모두 해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생산품 가격은 오르고, 소비자들은 이에 순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미국도, 유럽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탈세계화 속에서의 새로운 경제구조라는 거대한 그물을 걷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 고물가, 고유가 등 3고에 시름 하는 우리 경제 역시 이러한 그물에서 벗어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통 분담을 통한 수요 통제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해서라도 이제부터 다가올 에너지 대란의 파장을 대비할 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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