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곧 온다는 걸 알지만 경기 하강 폭이 어느 정도일지, 어느 부분이 심각하게 약해질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다. 이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을 보면 곧 금리 인상 방향을 뒤집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크게 다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달 3연속 자이언트스텝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 과정이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그렇다면 침체가 얼마나 상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시간 성장률 추정치 모델은 최근 내리꽂히는 양상을 그리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 NOW 추이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NOW(계절조정 성장률)는 이달 초 2.6%에 달했지만 2주 뒤에는 0.5%로 낮아졌다. 최근 반영된 지표를 반영해서 변동성이 높은 특성은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탓으로 내년 미국 GDP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1%로 0.4%포인트 낮췄다. 한국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4%와 2.5%에서 최근 2.6%와 1.9%로 수정됐다. 피치는 한국은행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2.75%까지 올리고, 2024년에 2.5%로 낮춘다고 내다봤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4.4%인 미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 지속되는 셈이다.



이는 금리차에 따른 자본 이동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도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웃돌면서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고금리차에 따른 극심한 글로벌 달러 강세는 달러 부채가 많은 나라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궁지에 몰린 일부 나라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조를 요청한다. 지금 국제 정치 역학 구도를 봐서도 미국의 의도적인 달러 강세가 쉽게 풀릴 성격이 아니다. 최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달러나 유로화가 아닌 위안화, 루블 등 지역 통화를 통한 독자적 지불 및 결제시스템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 회원국으로 구성됐으며 이란이 곧 정회원이 될 예정이다. 세계인구의 41%, 전세계 GDP의 24%를 차지한다. 이는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CG)
[연합뉴스TV 제공]


그나마 다가올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다행인데, 지금 같은 고환율이 지속되는 한 물가 압력 완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내적으로 숙제도 산적해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이달 말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종료를 앞두고 눈치를 보고 있다. 특히 내년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정부가 확장에서 건전재정으로 기조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점도 챙겨봐야 할 대목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는데 금리와 환율이 이대로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그림이 계속 나온다면… 지금 당국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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