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수요 영향력이 커지자 발행사 역시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을 내놓으면서 트렌드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이는 다시 증권사가 리테일 채권 판매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와 롯데손해보험은 이달 월이자지급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총 3천800억 원의 규모로 일반 회사채 기준으로 공모채 중에서 월이자지급을 표방한 곳은 해당 발행사들 뿐이며, 작년의 경우 월이자지급 공모채는 발행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월이자지급 조건으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역시 마찬가지다. 연초 이후부터 월이자지급 형식으로 발행된 여전채는 총 1조2천600억 원으로, 작년 800억 원어치 발행에 불과했던 수준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이는 최근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채권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금리 인상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져 개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원금 보장과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채권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 시장별(화면번호 3304)에 따르면 개인은 연초 이후 총 11조3천674억 원가량의 채권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한 수준이다.

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시중 금리 상승으로 기관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어 발행사,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리테일 니즈에 맞춰 발행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붉은색 선)와 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파란색 선)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기관 입장에서 이자가 들어오면 이를 재투자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재투자 부담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이자지급 채권은 리테일 수요를 잡겠다는 의도"라며 "시가 평가 측면에서 보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고, 특히 연말이 다가오니 기관은 북 클로징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리테일 수요를 잡기 위해 리테일 고객이 좋아하는 조건을 매칭해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증권사도 리테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8월 중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회사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연 3.7%~4.4% 이자율의 여전채로 매월 이자를 지급한다. KB증권 역시 9월 중순 신한은행이 발행한 연 4%의 월이자지급 채권을, 키움증권은 월이자지급 형식으로 발행된 메리츠캐피탈 채권을 각각 판매했다. 시장 흐름에 맞는 채권이 공급되니 개인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증권사들은 채권 라인업을 확충해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겠다는 계획이다.

월이자지급 채권 판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 삼성증권은 개인 고객 니즈에 맞는 채권을 꾸준히 발굴해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현재 신용등급이나 기관별로 다양한 회사채를 확보한 상태다. 해당 상품들을 온라인에도 라인업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수요는 상대적이다. 현재 주식시장도 불안하고, 주가연계증권(ELS)이라던가 다른 투자처도 마땅치 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수요가 최근 들어 커졌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다면 수요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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