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미국 10년물 금리가 201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연 4% 선을 돌파하면서 국고채 10년물도 2011년 이후 최고치인 연 4.335%에 마쳤다. 달러-원도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16일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작년에 세운 사상 최고치(3,316.08) 대비 35% 하락했다.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하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목표치 인상 행진을 멈춰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인 탓이다. 자산 가격의 기저를 형성하는 금리가 요동치자 환율, 주식 등의 변동성은 더 극심해진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지수인 MOVE는 140을 넘어 역대 최고치 수준이다.

2007년후 국고채10년(녹색), AA- 회사채3년(빨강), BBB- 회사채3년(파랑) 금리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뿐 아니라 국내 실물 경제 상황도 안 좋다. 특히 중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기는 최악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5%는 최근 경제 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가장 힘든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급등'(77%), 금융비용 증가(14%), 환율 상승(7%), 인력난 심화(3%)를 꼽았다. 최근 3년 만기 신용등급 'AA-'와 'BBB-'인 기업의 회사채 금리는 각각 4.5%와 11.3%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초 이후 최고치다. 또 이들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내년 하반기까지 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이 할 수 있는 대응은 한계가 뚜렷하다. 물자 절약, 생산비, 인건비 등의 원가절감(52%), 국내외 신규 거래처 발굴과 시장개척(37%),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축적(19%)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중소기업 500곳 대상 실태조사
출처 : 중소기업중앙회


유럽에서는 금융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신뢰 문제가 부상했다. 영국 정부는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길트)의 가격 폭락을 초래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지게 한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철회했다. 이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영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생활고로 인한 영국 전역 50여 개 도시 시민들의 동시다발 시위까지 가세했다.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한 이탈리아가 유럽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인식됐는데 영국이 급부상하자 국제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또 최근 도이체방크와 크레디트스위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가 크게 뛴 것도 금융시스템을 의심하게 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도이체방크 CDS 추이


크레디트 스위스 CDS 추이


금리에서 시작한 어려움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면서 현시스템의 견고함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여기에 국제 정치 시스템의 불안정성도 보인다. 우크라이나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위협을 꺼냈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좋은 게 하나도 없는 환경이다. 이런 때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미국의 금융분석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안티프래질(Antifragile)' 개념을 들춰본다. 이 단어는 '깨지기 쉬운'이라는 프래질(fragile)과는 반대로 시련이나 충격을 받으면 회복한 뒤 더 단단해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한다. 혼란한 시장에 내던져진 개인 투자자나 기관,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당국 모두가 뼈저리는 시기다. 악재를 만난 후 더 단단해지는 경제금융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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