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런던 휘장
(시티 오브 런던 홈페이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영국의 수도인 런던(London)은 론디니움(Londinium)에서 유래한다. 영국을 점령한 로마인들이 템스강 유역에 성벽을 쌓아 만든 요새다. 이후 대영제국을 이끈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중심 중의 중심으로 불리는 곳이 바로 '시티 오브 런던'이다. 이를 줄여 시티라고 부른다. 서울로 치면 사대문 안쪽 지역과 유사하다. 도시를 뜻하는 시티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시티 오브 런던은 여전히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가진 곳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자치권을 갖고 있다. 런던 시장조차도 관여를 할 수 없다. 임기 1년의 비정치적 지위이지만 별도의 시장(Mayor)도 있다. 영국 국왕에 이어 의전 서열 2위의 지위도 부여받는다. 자치권을 갖고 있다 보니 별도로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권도 있다.

면적은 2.90㎢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퀘어 마일로도 불린다. 하지만 시티 오브 런던의 힘은 엄청나다. 이곳이 바로 영국의 금융시장은 물론 미국 뉴욕과 더불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금융 중심 특구라는 성격을 넘어선다. 영국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 또한 실로 엄청나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자리하고 있고, 글로벌 금융기관도 수없이 많다. 인근 카나리 워프에 또 다른 금융지구가 있지만, 여전히 '영국의 월스트리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시티 오브 런던을 상징하는 휘장에는 '도미네 디리게 노스'(DOMINE DIRIGE NOS)라는 라틴어가 쓰여 있다. 우리 말로는 '주여, 우리를 인도하소서' 정도의 뜻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이후 벌인 '허튼짓'을 보면서 시티 오브 런던의 금융인들은 이 말을 되뇌며 머리를 감싸 쥐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조차도 "영국 역사상 가장 창피한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을까. 과감하게(?)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해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보낸 전임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이름도 단번에 잊게 만든 엄청난 일을 리즈 트러스는 해냈다.

지난달 말 이후 계속되는 '영국사태'는 정치의 무지·무능력함이 순식간에 금융시장을 어떻게 나락으로 보내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은 사실 정치의 영역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무엇보다 '성장, 성장, 성장'을 외치는 골수 신자유주의자 신임 총리의 의지라면 족히 내놓을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던 때와 경중을 가리는 사리분별력이 있어야 하는데 트러스는 과욕만 앞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무차별적인 금리 인상 강공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녹다운 되는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여전히 영국 금융시장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의 방향에 따라 돈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알아채는 데 있어 금융인만큼 학습화된 사람들도 없다. 시장 붕괴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 더 많았겠지만, 금융시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응징에 나섰다. 한번 붕괴한 시장이 회복하는 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은 또 그러한 상황에 맞춰 회복 탄력성을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뒷감당을 해야 할 정부와 정치는 속된 말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채 금리가 뛰면서 대출이 중단된 모기지 상품만 1천70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결국 국민 삶과 직결되는 해악을 초래한 셈이다. 정부가 시장을 망가뜨리고 시장 참여자들은 신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교훈을 잘 새겨야 한다.

(기업금융부장)
pisces738@yna.co.kr

※쿰파니스는 라틴어로 '함께(cum)'와 '빵(panis)'이 합쳐진 말로 동료나 친구를 뜻하는 컴패니언(Companion),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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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1시 1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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