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채권, 외환, 주식, 원자재, 부동산시장의 참가자들 모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지속할지에만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심리 기저에는 공통으로 가격 폭락에 따른 보유자산의 손실을 빨리 멈추고 싶은 마음이 있다. 특히 연준 금리 인상만 멈추면 시장이 예전처럼 금방 좋아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문제는 과연 그럴 것인가다.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상단은 벌써 5%까지 높아졌고, 금리 인상 중단 시기는 내년 하반기까지 더 길어졌다.


2020년 8월부터 달러-원 환율(파랑)과 WTI 가격(녹색) 추이
출처 : 연합인포맥스



인플레이션 급등기로 1970년대가 자꾸 비교되지만 당시와 현재는 여건이 다르다. 또 과거에 연준이 1년도 안 돼 기준 금리를 4%포인트나 올리는 초특급 속도를 보인 적은 없다. 그만큼 지금 인플레 상황이 무척 어려우며 5~8%로 오른 물가지수가 이전의 2%로 낮아지는 데는 시간이 상당 기간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정도로 고인플레가 남긴 상흔이 깊고 후유증을 극복하는 게 오래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만 멈춰진다고 내리꽂히던 채권, 원화, 주식, 부동산 가격이 '브이(V)'자로 반등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2000년부터 소비자물가 및 기대인플레이션 추이
출처 : 한국은행



금리 인상 중단이 금융시장 정상화로 직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 경기가 얼마나 가라앉았다가 회복할지, 미국에 비해 취약한 유럽, 중국, 신흥국 등의 글로벌 경기가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경기 둔화 가시화로 내리던 에너지 가격이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합의로 반등하면서 물가 상승 심리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미국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5.1%로 전달의 4.7%에서 올랐다. 한국은행도 최근 환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점이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을 대체로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고환율 상황이 주요 산유국의 대규모 감산 등에 따른 유가 상승과 맞물린다면 인플레 압력은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 물가전가율의 비대칭성
출처 한국은행



지난 주말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멈춰 선 것이 예상보다 큰 장애를 일으키면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급기야 국가안보실은 '카카오 먹통' 사태가 민생 불편을 넘어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군·검찰까지 망라한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소규모 개방경제를 가진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에서 이런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 '외환 유동성'과 '부동산 시장 자금경색'이다. 부동산 자금시장의 취약성은 최근 강원도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제때 상환되지 못하면서 드러난 바 있다.
외환 유동성 문제는 20여 년 전 외환 위기를 한 차례 겪은 나라로서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이는 외환 당국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은은 공식 블로그에서 "통화가치 약세 전망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거나 만기도래분 재투자를 지연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이에 더해 환율의 급격한 상승이 직간접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사정에 미치는 파급효과에도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는 환율 시나리오와 외화조달 현황을 재검토 중이라고 한다. 당국이나 금융기관이나 모두 달러-원 환율 상승이 멈추지 않으면서 야기될 유동성 위험에 대해서 각별한 조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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