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원도가 레고랜드 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보증 채무를 올해 안으로 앞당겨 갚기로 하면서 금융시장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27일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오는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 2천50억원을 전액 상환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애초 발표된 2023년 1월 29일이던 기일을 올해 안으로 당겼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조달 우려가 완화됐다. 고물가 잡기에 전력 중인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도 같은 날 예상을 넘는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해 화답했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약 6조원 규모로 증권사 및 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안을 발표했다. 또 대출과 RP 등의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와 한전채 등 주요 공사채 등을 대거 포함했고,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제공 비율을 내년 2월 현행 70%에서 80%로 올리려던 계획도 3개월 연기했다. 이번 일련의 조치들은 직·간접적으로 약 43조 원가량의 추가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효과를 낸다. 유동성 직접 투입은 못 한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유연성을 발휘한 셈이다.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조절론이 나오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는 등 대외 여건 호전도 일조했지만, 한국 경제금융정책을 책임진 사령탑들이 시장과 소통하고 이에 기반해 적기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덕분에 일단 시장의 큰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시장 안정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한 강원도의 결단 배경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있다. 추 부총리는 해외 출장 중인 김진태 도지사와 전화로 상환 계획을 직접 협의했다고 강원도가 확인했다.

바로 얼마 전 추 부총리가 시장과 소통하는 장면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내 최고의 경제·금융 매체이자 데이터단말기 선두주자인 연합인포맥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9회 국채(KTB·Korea Treasury Bonds) 국제 컨퍼런스'가 개회전 가진 티타임에서 추 부총리는 세미나 강연자 등 참석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추 부총리는 시장 참가자들이 말하는 현재 상황을 경청했고 시장안정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왜 그것이 필요한지를 또 물었다. 그리고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2005년 금융정책과장, 2009년 금정국장, 2010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2011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이며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올해 4월 부총리 후보자로 내정됐을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에 원내 수석부대표와 당의 전략기획과 원내 협상을 주도했다"며 공직에서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 소통도 원만히 해나갈 것 인물로 꼽았다.

인플레이션을 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 일단 금융시장이 무작정 불안해하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한국전력의 적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량은 줄지 않고 계속 크레디트시장의 골칫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기 둔화가 다가온다. 주식, 코인에 이어 부동산 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의 파고도 높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추 부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부총리의 소통 리더십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두운 바다 같은 금융시장에서 앞길을 비춰주는 등대 역할을 해주길 고대해 본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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