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피혜림 기자 = 흥국생명 발(發) 발행시장 쇼크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흥국생명이 다음 주 예정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흥국생명은 물론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화생명까지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매 현상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상환 사태를 떠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물 전반에 대한 투심이 악화하며 당분간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리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017년 11월 재무 건전성을 선제로 보강하고자 4.475%의 금리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는 5년 뒤 콜옵션 상환 조건이 포함됐다.

하지만 변동성이 커진 국내외 매크로 환경과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변화 등을 이유로 조기 상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스텝 업 조항에 따라 향후 6개월간 기존 금리(4.475%)에 콜옵션 만기일 이후 이자율결정기준일의 미국채 5년물에 2.472%P(포인트)의 금리를 더해 이자율을 재설정해야 한다.

스텝 업 조항은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를 올려주는 조건이다. 통상 만기가 긴 채권에 주로 붙는 탓에 금융사의 자본증권에도 일반적으로 적용돼왔다. 조기 상환을 기대하고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기회비용을 보강하고자 추가 이자를 더 주는 셈이다.

스텝 업 조항에 따라 흥국생명이 향후 6개월간 지급할 금리는 7%에 육박하게 됐다.

발행 시장에선 13년 전 우리은행의 후순위채 콜옵션 미상환 사태를 떠올리며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화자금 조달 여건이 불리해지자 4억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 여건이 좋지않았기 때문에 내린 이 결정으로 국내 금융기관과 외화차입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콜옵션 미행사 결정에 무디스와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려를 표명하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계속 됐고, 당시 신한은행은 비슷한 시기 도래한 4억5천만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기도 했다. 원화 후순위채는 물론 신종자본증권 등 만기까지 여유 있는 자본증권의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시장에선 흥국생명이 13년 전 우리은행이 준 교훈을 잊은 게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선례로 콜옵션 미행사가 미칠 파장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시장 일각의 판단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는 암묵적 관행이자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시장과의 신뢰를 깨는 일"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은행 사태로 업계에선 콜옵션 미행사가 미칠 파장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급여력비율(RBC) 탓에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았겠지만 해외 시장에선 국내 보험사, 더 나아가 국내 금융기관의 신인도를 깎아 먹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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