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피혜림 기자 = 흥국생명이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적신호가 커졌던 보험사 조달이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채권시장에선 흥국생명에 이어 한화생명[088350]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이미 연쇄 파장이 가시화한 모습이다. 국내 조달길이 막힌 보험사에 외화마저 쉽지 않아지면서 보험업계 자금 마련 전반에도 적신호가 커졌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흥국생명은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차환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시장 불안 등으로 국내외 조달이 얼어붙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흥국생명의 이번 결정으로 조달을 둘러싼 국내 보험사들의 긴장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보험사 전반에 콜 리스크를 책정하면서 투심 급격히 얼어붙어서다.

실제로 콜옵션 미행사 소식이 전해진 후 흥국생명은 물론 한화생명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당시 100달러였던 액면가가 사태 직후 70달러 수준에서 호가를 형성하는 등 투자자들의 매도 의지가 거셌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한화생명은 내년 4월 콜옵션 상환을 앞둔 신종자본증권 규모가 1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흥국생명의 이번 콜옵션 미상환 이슈의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게 됐다.

당초 한화생명은 차환 발행을 위해 지난달 1조 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했으니 시장 불안을 이유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적절한 발행 시기를 저울질하던 한화생명에 앞서 흥국생명이 차환 발행에 실패하자 흥국생명과 동급으로 묶이고 있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KDB생명보험 역시 내년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가 도래한다.

한화생명과 KDB생명보험 등이 콜옵션 행사를 위해 차환 발행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보험업계 내 위기감이 더 고조되는 모양새다.

특히 2009년 우리은행의 콜옵션 미행사를 둘러싼 우려가 은행권에 확산하자 신한은행이 선제로 콜옵션을 조기 상환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사례가 있어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콜옵션 행사 시기가 더 빨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경우 국내에서의 조달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보험사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의 경우 시장 민감도가 높고 수요가 제한적인 탓에, 통상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최근 강원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시장이 얼어붙자 코리안리재보험은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겪기도 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국내 보험사는 꾸준히 해외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글로벌 시장은 국내와 비교할 때 투자 규모가 상당해 보험사들이 주문을 확보하기가 비교적 용이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사태로 외화 시장에서 보험사 채권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불가피해지면서 이들의 한국물(Korean Paper) 발행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장기 시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특성상 선순위 채무가 존재하지 않아 시장성 조달을 위해서는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를 찍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해당 채권에 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조달길 자체가 얼어붙는 모양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국내 보험사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흥국생명 사태는 한국 발행사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보험사는 물론 선순위채조차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내년 콜옵션 만기를 맞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말했듯, 콜옵션을 행사해 10억 달러 전액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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